“나와 함께 한 1분을 잊지 말아줘…….”
20대엔 하루, 30대엔 1분
살아가며 점점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되면서 우리는 앞날에 대한 약간의 예측과 익숙해짐에 의해 지금의 1분이 순진무구했던 어린 아이 시절의 1분과는 다름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보니 세월은 점점 더 빨리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져 어제의 24시간이 오늘은 마치 1분처럼 와 닿는다. 할 일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아지니 시간이 더 부족할 수밖에.
사랑에 빠진 여자라면 시간의 속도는 정말 눈 깜짝할 새에 흘러간다. 똑같은 한 달짜리 연애도 20대에는 30일 기념일을 챙길지언정, 30대에는 결혼을 할까 말까 하는 미래의 문제까지 고심하게 되는 기간이다.
그래서 단 하루, 단 한 시간의 연애도 나이가 들수록 소중하게 여겨진다. 물론 30대에 장거리 연애라는 모험수를 두거나 한 달에 한두 번 만나는 걸로 만족했다가는 노처녀 되기 십상. 만남의 횟수가 애정에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정들어야 할 시간도 부족한 판에 띄엄띄엄 만나다가는 세월만 흘러 나이만 더해질 뿐이다. 그러다 인연이 틀어져 헤어지기라도 하면 금세 ‘타의적 독신’으로 남게 돼버린다.
넋 놓고 보내기엔 아까운 시간
20대엔 연애라 할 수도 없는 기간인 한 달, 두세 달 정도의 기간도 30대가 되면 하루가 천금마냥 몇 년이라도 지난 듯 소중하게 여겨진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하루라도 붙잡아야 조금이라도 적은 나이에 사랑이고, 결혼이고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 웬만한 밀고 당기기나 서로에 대한 관찰, 감정싸움 같은 건 한 번에 해치우거나 생략해버리고 만다. 그런 과정을 모조리 밟고 지나가기에 30대의 시간은 너무도 빨리 흘러 간다. 어차피 이미 경험해봤던(간접적으로라도) 일들이고 노력에 의한 결과나 치고 빠지기의 결과쯤은 너끈히 예상할 수 있다.
‘마지막’이라는 강박증도 한몫 한다. 어렸을 때야 이 다음엔 어떤 남자를 만날까, 다음엔 이런 남자는 만나지 말아야지, 후보폭이 넓은 경험의 학습효과가 많다. 하지만 나이 들어선? 이러하니 이 귀중한 시간, 쓸데없이 낭비하기엔 너무나 짧다.
이제 와서 경험에, 학습에 쌓으면 뭐하리. 어서 내 짝 만나는 것이 코앞에 닥친 과제다. 단지 결혼이 목적이라서도 아니다. 나이가 들어선 어렸을 때만큼 이성을 만날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므로 이왕 만난 사람은 소중한 인연으로 간직하고픈 의미부여가 강해져 단 하루도 그냥 보내기가 너무 아쉽기만 하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 만남이기에 시간은 더더욱 빠르게만 느껴진다.
* 아, 하루가 천금 같아라! *
인생은 짧다. 너무나 뻔한 말이지만 하루하루가 다르게 느껴지는 노년의(?) 청춘들에게 이 말은 뼈아픈 진리이다. 100일도 못 지나 끝난 연애에도 1년, 2년어치 아픔에 시달리고 만날 때마다 애정에 목말라 눈치 없이 둘의 미래를 구걸하는 것도 순진한 노년언니들의 안타까운 ‘시간붙잡기’인 것이다. 하루가 천금 같은 30대 솔로녀들은 오늘도 마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눈가의 주름과 잡티처럼 말이다.
이 글을 읽는 어린 청춘들은 꼭 한 번은 생각해 볼 것. 지금 당신이 누리고 있는 그 달짝지근하고 가볍기 만한 연애질 ‘한 시간’이 이제 연금만 바라보며 독신을 결정해야 하나 걱정하는 노처녀들이 그토록 갖고 싶어하던 지난 날의 시간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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