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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아버지 '바흐'가 사실은 푸줏간의 고기싸는 종이에서 발견되어 멘델스존에 의해 세상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견된 '마태수난곡'악보가 180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의 삶속에 어떻게 살아 숨쉬고 있는지, 그 아름다운 선율이 스크린에 흘러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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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흐 이전의 침묵>은 도대체가 음악에도 문외한이면서 복잡한 형식의 밀도있는 영화에 취악한 필자에게는 몹시도 당황스러운 영화임에는 분명했다.
치밀한 장치나 화려한 편집, 영롱한 영상미도 아니다.
그저 다큐멘터리에 충실한 따라다니며 찍어댔을 뿐인 그것도 매우 거친느낌으로 영상을 담은것도 모자라 그 어떤 서사적 스토리의 연속이나 구성의 이어붙임 없이 각각의 에피소드가 매우 짧은 광고 동영상의 시간처럼 짧게 스친다.
무엇을 보아야 하며 무엇을 듣고 어떻게 이해할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사로잡히려 했던 관객들에게 그렇게 경직될필요없다는 최면을 걸듯이...그저 너무 고민하려하지 말고 편안하게 한번 들어보라고하는 바흐의 성스러운, 그러나 철저히 계산된 황홀한 속삭임.
스페인 카탈루니아 출신의 노장 페레 포르타베야(79)가 연출한 ‘바흐 이전의 침묵’(원제 The Silence before Bach)은 신이 내린 음악가,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위대함이나 그 삶과 음악을 성찰하는데 있어 그 천재성과 선구적인 음악성이 너무 시대를 앞서갔기에 인정받지 못했던 생전의 삶을 드라마로 구성하여 '보여'주기 보다는 한참 뒤에야 그를 진가를 알게된 후세의 평범한 일상을 조명함으로써 시공간을 초월하여 살아 숨쉬고 있는 바흐를 매우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G선상의 아리아' '골드베르크 변주곡' '무반주 첼로조곡' '마태수난곡'이 드라마틱한 오케스트라 혹은 연주의 무대위에 올라 울려퍼지지 않는 음악영화라니...ㅎㅎ
확실히 감독은 바흐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풀어내는데 관심없다 ㅎㅎ
위대한 음악가의 삶을 그린 다른 영화들(카핑 베토벤,라비앙 로즈,불멸의 연인)과는 확실히 다르니까 말이다.
그 어떤 영화적 형식이라고도 명명하기 어려운, 내러티브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만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피아노 건반만 움직이는것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으로 출발하여 장님인 피아노 조율사가 말없이 연주하는 음악, 하모니카 연주로 무료한 도로위의 시간을 채워나가는 트럭운전사며 바흐의 삶의 궤적을 관광객에게 설명하는 투어가이드의 모습을 쫓으며 우리가 어떻게 바흐와 만나고 있는지 매우 혼란스러운 기법으로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킨다.
대체 이들 중 누구를 끝까지 쫓아가야 바흐를 만나느냐....?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아니라 이미 우리의 공통요소는 '바흐'라고 이미 정해져 있으니 가지치기하여 흩어져나간 개개인의 일상속 '바흐'는 우리의 모습에서 찾으라는 장치.
피아노,오르간, 하모니카,첼로, 어린이 합창단이 한결같이 내는 소리는 바로 바흐에 의해 완성된 아름다운 연주가 우리에게 남긴 감동적인 '언어'였음을 실감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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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결도 없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렇게 감독은 바흐 음악이 주는 풍성한 삶의 영감을 무덤덤하고 평범한 일상의 이미지로 번역해내는 데 주력한다.
그러면서도 영화의 마지막에 한데 모아지는 바흐의 삶.
우연히 발발견되었던 그의 삶이 지금의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깃들어 '하나로'울려퍼질때의 감동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될것이다!
"바흐가 없었다면 신은 권위를 잃었을 것이다. 바흐가 있기에 세계는 실패작이 아닐 수 있었다.
바흐 이전에도 세계는 존재했다. 그러나 아무 울림 없는 텅 빈 공간이었을뿐......"
-에밀시오랑-
세상에 가득히 부유하던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신의 소리를 악보에 질서정연하게 조화부려놓은 신의 사자 바흐는 어쩌면 이미 신이 만들어놓은 보이지 않고 들을 수 없었던 그것을 미리 발견하여 우리에게 물려주었던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즐거운 상상...마치 우주의 질서를 담기라도 한것 같은 그 특별한 울림. 그 고귀한 음악이 영화로는 이미지화되고 책으로는 글자화 되었다고 한들 그 본질을 과연 다 담을 수 있을것인가...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교과서 속의 바흐, 그러나 사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것만 같은 그의 위대한 음악을 이 영화를 통해 재조명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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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공간을 가득채우며 들려오는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 카메라는 음의 근원을 스크린에 가득히 채운다.
바퀴에 모터가 달린 듯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 피아노가 재현해 내는 바흐의 음악.
마치 그 음악에 황홀한 몸짓으로 춤을 추는듯한 기계악보의 움직임에 관객또한 현기증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철저하게 비서사구조인 영화를 눈을 감고서라도 맛볼 수 있는 끈기의 용기가 있는 자에게 권합니다.
그렇지않다면 그저 자장가가 되어버릴지도..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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