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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대한항공 비행기 청소 근로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 실태가 심각하다고 호소하며 원청·하청업체 관계자들을 고용 당국에 고발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소속 조합원 80여명은 31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이 일상화된 현장에서 대다수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이달 29일 조합원 8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최근 1년간 직장 상사나 동료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한 근로자는 60명(73.1%)에 달했다.
이 중에서도 56명(93.3%)은 심각한 수준의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괴롭힘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진료나 상담을 받은 근로자는 34명(56.6%)이나 됐다. 진료나 상담이 필요했으나 받지 못한 근로자도 25명(41.6%)이었다.
괴롭힘을 당했다고 답한 근로자 중 47명(78%)은 임원·경영진·상사를 가해자로 지목했으나, 동료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응답자도 19명(31.6%)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근로자의 절반이 넘는 38명(63.3%)은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했다. 개인적으로 항의(30명)하거나 친구와 상의(17명)한 사례가 그다음으로 많았다.
조합원들은 이번 설문에서 "아들 승진을 빌미로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거나 "반말을 쓰는 소장에게 항의하자 '싸가지 없는 것들'이라며 폭언을 했다"는 등의 괴롭힘 사례도 털어놨다.
노조 측은 이날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한 뒤 노동조합법 및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한국공항 대표이사, EK맨파워 대표이사, 부당노동행위 당사자 등 5명을 중부고용청에 고발했다.
대한항공 비행기 청소근로자는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국공항의 하청업체 EK맨파워 소속이다. 이들은 EK맨파워가 근로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철회할 것과 대한항공의 적극적인 개입 등을 촉구하며 이달 23일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관계자는 "대다수는 직장 내 괴롭힘을 참거나 모른 척 했는데 이는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패배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조합원들은 이미 현장에서 심각한 차별과 괴롭힘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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