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지색(傾國之色)은 나라를 위기에
빠트리고 위태롭게 할 만큼 아름다운 여인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러한 경국지색에 포함되는 일화가 있습니다.
중국의 서주(西周) 시대 마지막 왕, 유왕은
절세미인 포사를 매우 총애했습니다.
총애하는 포사가 아들을 낳자
정실부인인 황후 신후와 태자 희의구를 폐하고
포사를 황후로 그녀의 어린 아들 희백복을
태자로 삼았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포사에게는 평소 웃음이 없었는데
그녀의 미소를 보기 위해 유왕은
비단 찢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는
그녀의 말에 매일 비단 백 필을
가져다 찢게 했습니다.
매일 산더미 같은 비단이 찢겨 없어졌지만
비단 찢는 소리도 싫증이 나버렸는지
포사는 또 전혀 웃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실수로 봉화대에 봉화가 피워 올랐고
제후들이 병사를 이끌고 급하게 서주의 수도
호경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나라를 위해 죽을힘을 다해 달려오는
병사들의 모습을 본 포사는 그들의 필사적인 모습이
꼴사납고 우스워 보였는지 깔깔거리며
크게 웃었습니다.
그 후 유왕은 포사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 툭하면 봉화를 피웠습니다.
그리고 봉화가 올라올 때마다 최선을 다해
출진해야 했던 제후들은 점차 유왕을
불신하게 되었습니다.
기원전 771년, 폐위된 태자 희의구의 외조부이자
쫓겨난 황후 신후의 아버지는 손자와 딸의
처지에 분노하여 견융의 군대를 끌어들여
호경을 공격했습니다.
호경성이 포위되자 유왕은 급히 봉화를 올렸지만
포사의 웃음 놀음에 진력이 난 제후들은
이번에도 거짓이라 생각하고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유왕과 희백복은 견융족에게 죽임을 당했고
포사는 포로로 잡혀간 이후로 전해지는
기록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