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교수 2명 '가족 저자' 사례 확인 대학생 큰딸 본인 책임 과제 제1저자 등재 작은딸도 본인 논문에 공동저자 올려 물의
17살 아들 논문 넣고 소속, 역할 바꾸기도 4년 전 비슷한 문제로 적발돼 감봉 징계 암센터 내부 조사 진행중..."전수 조사해야" 작은딸에 이어 큰딸도 자신이 참여한 논문 저자로 올린 엄마, 아들 둘을 연달아 본인 논문 저자에 등재하고 저자 소속도 바꿔놓은 아빠…. 국립암센터에서 최근 드러난 ‘가족 저자’ 사례들이다. 아무 기여도 없는 의학 논문에 제1저자로 올랐다가 논문 자체가 취소된 조국 법무부 장관 딸 조모(28)씨보다 심각한 연구 윤리 위반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25일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국립암센터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융합기술연구부 김모 교수, 종양면역학연구부 김모 교수가 각각 본인 논문 여러 건에 자녀를 저자로 집어넣은 사실이 확인됐다. 또 암의생명과학과 김모 교수는 동료 교수의 논문에 아들을 제1저자로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암센터가 지난 6월 부당 논문 저자 표시 관련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임직원 525명을 대상으로 내부 고발, 자진 신고 등을 받은 뒤 이런 사실이 적발됐다. 이 중 융합기술연구부ㆍ종양면역학연구부 교수 두 명은 1차 조사를 거쳐 연구 윤리를 확인하기 위한 최종 조사 대상에 올랐다. 암의생명과학과 김 교수는 소명이 받아들여져 최종 조사 대상에선 빠졌다.
융합기술연구부 김모 교수는 2015년 연세대 재학 중이던 큰딸 윤모(당시 25세)씨를 자신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연구 논문의 제1저자로 집어넣었다. 윤씨의 연구 참여 내용은 데이터 코딩, 선행연구 조사, 결과 해석, 원고 작성ㆍ교정, 학술지 제출 등 거의 모든 부분에 관여한 것으로 명시됐다. 당시 해당 연구 과제를 주관하는 책임자는 김 교수였다. 이 때문에 자의적으로 저자를 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 교수는 이뿐 아니라 2014년 캐나다 유학 중이던 작은딸(당시 23세)을 자신이 책임저자였던 논문에 공동저자로 집어넣은 사실이 지난 5월 드러났다. 몇 달 전에는 작은 딸, 이번에는 큰 딸의 저자 윤리 위반 의심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작은딸 저자 논문은 이미 암센터 조사가 거의 마무리 단계로 곧 결과가 나온다. 종양면역학연구부 김모 교수는 2014년 둘째 아들 김모씨를 본인이 책임저자로 들어간 논문의 제1저자로 집어넣었다. 당시 아들은 17살의 고등학생이었다. 하지만 학교 대신 한국 NCC(국립암센터) 소속이라고 적었다. 해당 연구 과제의 주관 책임자는 역시 김모 교수였다. 자신이 참여한 논문(2011년) 두 개에 첫째 아들 김모씨를 각각 제1저자, 공동저자로 올렸던 사실도 이번에 확인됐다. 첫째 아들 역시 당시 17살로 고교 재학중이었다.
김 교수는 이와 별도로 지난 2014년 큰 아들을 본인 논문 3건에 저자로 올렸다가 내부 고발로 적발된 사실이 있다. 암센터 내부 조사를 거쳐 이듬해 복무규정 위반을 이유로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이번에는 둘째 아들 논문의 문제점까지 드러난 것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김 교수는 둘째 아들이 올라간 논문에 손을 댔다. 처음엔 NCC로 표시했던 아들의 소속기관을 2016년 미국 NCI(국립암연구소)로 바꿨다. 역할도 공동저자로 한 단계 내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순례 의원은 "김 교수의 아들이 NCI에서 정식으로 일한 것도 아니고 자원봉사 수준의 업무만 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암센터는 본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여기서 12월까지 혐의 사실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연구 윤리 위반이 확인되면 감봉 등 중징계가 가능하다. 논문이 게재된 학술지에도 조사 결과가 통보된다. 암센터 고위 관계자는 "최종 결론에 따라서 매우 강한 중징계도 가능하다. 다만 본격적인 조사가 이제 시작 단계라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조국 장관 딸의 논문 1저자 특혜 문제가 청년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일선 의료기관에서 신고 조사만으로 유사 사례가 적발된 건 충격적이다. 정부 차원에서 이런 사례가 만연해 있지 않은 지 전수 조사해서 발본색원하고 잘못을 바로잡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