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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이 화냈다" 공개적으로 10여 차례 버럭…文대통령 '분노 정치' 속내는
어푸 2019-10-06     조회 : 108

지난달 11일 정부가 172억원을 들여 문재인 대통령을 위한 개별 대통령 기록관 건립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내 뜻이 아니다"라면서 "불같이 화를 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개별 기록관을 원하지도 지시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런 계획이 추진되는지도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설명에 세간에서는 "대통령이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대통령기록관 예산이 지난 8월 29일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통령이 본인한테 화를 낸 것인가"라는 비판도 나왔다. 대통령의 격노가 자기 책임 회피 차원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한 이후 2년 5개월간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만 10차례 화를 냈다. 그 대상은 주로 현 정부가 추진한 일이 비판을 받았을 때와, 전(前) 정권과 야당을 비판할 때였다. 이를 두고 전자(前者)는 대통령을 정치적·정책적 비난으로부터 분리·차단시키기 위해서, 후자(後者)자는 정치적 반대자를 공격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9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방송되는 서울역 TV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9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방송되는 서울역 TV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추진한 일에 비판 받으면 격노

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격분한 사안은 주로 현 정부가 추진한 일이 비판받을 때였다. 핵심 국정 과제나,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이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고 여론이 악화될 조짐이 보이면 화를 냈다. '문재인 개별 대통령기록관' 사례도 그런 경우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17년 5월 25일,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부회장은 경총 포럼에서 "사회 각계의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정규직 전환 대책의 실효성이 없다고 했다. 박수현 당시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하루 뒤 "경총이 성찰이나 반성 없이 잘못된 내용을 갖고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함으로써 일자리 문제가 표류하지 않을까 굉장히 염려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경총 발언을 보고 받고 오전 내내 상당히 화가 나셨다"고 말했다.

2018년 6월 27일, 문 대통령은 당·정·청 핵심 관계자들과 하려던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를 회의 시작을 몇 시간 앞두고 취소했다. 이낙연 총리가 "준비가 미흡하다"고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격분하며 "답답하다"는 뜻을 나타냈다고 한다. 규제개혁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양대 경제 정책 기조로 내건 '혁신성장' 정책의 대표적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규제 개혁 성과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을 의식해 대통령의 격노가 활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비판자들로부터 나왔다.

문 대통령은 2019년 1월 7일에는 통계청을 강하게 질책했다. 통계청이 가계동향조사를 거부하는 국민에 대해 최대 20만원의 과태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통계청을 향해 "시대에 뒤떨어진 행정조치로, 채택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질책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 질책 후 통계청은 과태료 부과 방침을 철회했다.

가계동향조사는 가계의 소득과 지출을 알 수 있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어느 정도 성과가 있는지 측정할 수 있는 지표다. 그런데 2018년 1분기부터 하위 20% 소득이 감소하고 상위 20% 소득은 급증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현 정부에 불리한 결과였다. 이 때문에 여권을 중심으로 표본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것이 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과태료' 방안을 검토했다가 문 대통령의 격노에 철회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 신임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 신임 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前정권·야당 향해서도 분노

문 대통령은 전(前) 정권이나 야당을 향해 격노한 경우도 많았다. 주로 현 정권 핵심 국정 기조와 정면 배치된 전 정권 정책을 질타한 경우였다. 하지만 나중에 대통령이 화를 낸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드러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30일 사드 발사대 4기가 비공개로 추가 반입됐다는 사실을 보고 받고 격노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발사대 4기의 존재를 알지 못했으며, 그래서 격노했다"며 "이번 사태를 국기문란에 버금가는 정도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 때 추가 반입에 대해 경위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사드는 아직도 한국에 정식 배치돼 있지 않다.

2017년 11월 22일에도 문 대통령은 격노했다. 세월호 선체를 수색한 해양수산부 현장수습본부가 같은 달 17일, 손목뼈 한 점을 수습했지만 유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유해 미수습자 가족들이 장례를 미루고 목포에 더 머물 것을 염려해 사실을 숨겼다는 의혹이 나왔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격노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은폐를 지시한 것으로 지목된 간부를 보직 해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자신과 관련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을 수사하자, 2018년 1월 16일 성명을 발표했다."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 하루 뒤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을 했을 때는 직접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20일 청와대에서 5·18민주화운동 광주 지역 원로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5·18 민주화운동의 위대한 역사를 왜곡·폄훼하는 일부 망언이 계속된 데 대해 분노를 느낀다"며 "5·18 역사에 대한 폄훼 시도에 대해서는 저도 함께 맞서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번째로 공개 격노한 일은 이른바 '돈봉투 만찬'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을 때다. 문제의 사건은 2017년 4월 당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7명과 안태근 검찰국장 등 법무부 소속 검사 3명이 저녁 식사를 하며 돈이 든 봉투를 주고받은 사건이다. 이 전 지검장은 격려금이라고 했지만 검찰은 문재인 대통령 지시를 받아 감찰을 벌인 끝에 그에게 면직 처분을 내리고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그는 면직 처분 취소 소송을 내 지난달 6일 1심에서 이겼고 이후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지난 3일 검사 신분을 되찾았다. 앞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작년 10월 무죄가 확정됐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선 직접 "분노"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23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면서 "국민들과 함께 분노하고 걱정도 해야겠지만, 희망과 자신감을 드릴 수 있도록 정치권은 협치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강경한 발언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월 2일엔 임시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벌어질 사태의 책임도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했다.

◇"정치전략 차원에서 분노의 정치 활용"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격노나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두고 국정 난맥에 대한 질책 차원뿐 아니라 대통령 자신이나 정부에 대한 비난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려는 정치 전략 성격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통령이 어떤 사안에 대해 화를 냄으로써 그 자신을 '3자화(化)'해 비난의 책임에서 자신을 분리시키고, 이를 통해 반대자들의 정치적 공격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던 일 때문에 여론이 악화됐을 때 '문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메시지가 나가면 반대 진영의 비판이 더 커지기 전에 차단할 수 있다"며 "또 국민들을 향해 '문 대통령은 잘못된 정책은 언제든지 고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문 대통령이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난 대통령기록관 사안에서 보듯, 책임 전가나 꼬리 자르기란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격노가 자기 방어에 집중하는 측면으로도 해석된다"며 '방어 기제'의 일종으로 설명했다. 야당이 제기하는 비판에 대한 위기 관리(risk management) 차원에서 대통령의 '분노'가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권이 이른바 '적폐청산' 작업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의 분노를 정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런데 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 의혹의 경우 대통령이 분노한 이후 실시된 조사 결과를 보면 보고가 안 됐다고 할 수도 없었다. 한 야당 의원은 "검찰 수사나 법원 재판까지 이어져 무죄가 선고되거나 흐지부지된 검찰 돈봉투 만찬 사건이나 기무사 계엄령 문건 사건에서 보듯 대통령의 분노에 객관적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문재인 정권이 군과 검찰 같은 대표적 권력기관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고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대통령의 격노와 분노가 정치전략 차원에서 활용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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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예 | 추천 0 | 10.16  
진짜 여기저기서 너무 많이 태클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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