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릴은 외형이 새우를 닮았지만 분류학상으로는 난바다곤쟁이 목에 속하는 갑각류로 플랑크톤의 일종이다.
크릴(krill)은 난바다곤쟁이목(Euphausiacea)에 속하는 갑각류로 플랑크톤의 일종이다. 크릴을 두고 플랑크톤이라고 하면 크릴새우라는 말이 귀에 익어 고개를 갸웃거리겠지만 이는 새우를 닮아 편의상 부르는 명칭일 뿐 분류학상 새우와는 연관이 없다. 이들은 먼 바다에 사는 곤쟁이란 의미를 담아 ‘난바다 곤쟁이’라고도 불린다. 전 세계에 걸쳐 약 85종류가 살고 있으며 이 중 우리나라에는 약 11종류가 발견되는데 주로 남극 대륙을 둘러싼 얼음 바다를 좋아해 남빙양이 주 서식지다.
새우를 닮은 미래 식량 자원
크릴은 외형이 작은 새우를 닮았다. 머리가슴의 갑각은 옆구리에서 아가미를 완전히 덮지 않는다. 6쌍의 가슴다리에는 여러 개의 외지(外肢)가 있는데 외지는 생김새가 먹이를 끌어들이기에 알맞아 보인다. 배다리에는 긴 센털이 있어 유영하기에 적합하며 꼬리마디에는 센털로 된 1쌍의 차상기(叉狀器)가 있다. 최대 6cm 까지 자라는 크릴은 수명이 7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빙양에서의 크릴 조업 시기는 3~8월경으로 이중 4~6월에 잡은 것을 최고 품질로 꼽는다. 이 무렵 잡힌 것일수록 흰색을 띠고 크기도 크기 때문이다.
크릴은 보통 성체의 크기가 4cm정도지만, 종에 따라 6~15cm까지 자라기도 한다.
크릴은 영양가가 높다. 살코기는 고단백질에 필수 지방산을 포함하고 있으며 껍데기에는 영양소로 쓰이는 키틴과 키토산이 있다. 특히 남극 크릴은 오메가3라는 불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인체 노화를 방지하려는 과학자의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크릴은 인체에 해가 될 수 있는 플루오린(불소) 성분을 지녔기 때문에 식용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플루오린이 포함된 껍질을 벗겨내야 한다. 식품으로 가공하기 쉽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는 크릴을 주로 낚시 미끼로 사용한다. 이와 달리 미국, 일본, 캐나다, 노르웨이 등 크릴의 자원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미래 식량자원으로 크릴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메가3 영양제, 크릴 오일 등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남극크릴
크릴은 남빙양이 주 무대이며 남극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다. 남극에 서식하는 동물 중 크릴을 먹지 않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남극대구, 남극빙어 등 어류에서부터 고래, 해표 등의 포유류와 펭귄, 가마우지, 남방자이언트페트렐, 스큐아 등의 조류에 이르기까지 남극에 사는 모든 동물들이 크릴을 먹고 산다. 이와 같이 다양한 포식자들이 단 한 종류의 먹잇감에 매달리는 현상은 지구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다. 그만큼 크릴의 자원량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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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래상어가 크릴을 여과 포식하기 위해 물을 들이켜고 있다.
2 어미 젠투펭귄이 새끼에게 사냥해온 크릴을 먹인다.
3 북극제비갈매기가 바다에서 크릴을 낚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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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바다는 편서풍에 의해 형성된 남극 순환해류의 영향으로 다른 바다와 단절된 독특한 환경이다. 무엇인가가 식물성 플랑크톤과 포식자 사이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아야 했다.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동물성 플랑크톤인 크릴이다. 크릴은 작은 바다 조류를 먹이로 하고 있는데, 바다 조류는 바다 얼음 속에서 살다가 여름철에 얼음이 녹으면서 배출된다. 크릴은 여름에는 해수면 가까이 떠올라 조류를 섭식하지만 겨울에는 해저로 내려가 죽어서 가라앉은 조류의 사체를 먹는다.
크릴은 남극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다. 남극에 서식하는 동물 중 크릴을 먹지 않는 동물이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포식자들이 단 한 종류의 먹잇감에 매달리는 현상은 남극의 크릴 외에 지구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지구 환경 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지구 기상변화에 의해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바다 얼음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크릴의 생태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크릴 자원의 양을 5억t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학자에 따라 30억t의 크릴 부존량이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전 세계 인류가 1년간 소비하는 수산물의 양이 1억t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크릴의 자원량은 엄청나다. 남극 생태계의 중심에서 인류의 미래 식량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크릴이라는 이름은 노르웨이 포경선 선원들이 지었다. 노르웨이 말로 크릴은 ‘작은 물고기 혹은 치어’라는 의미다.
크릴들이 얼음으로 덮인 남빙양 아래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크릴 어업
우리나라의 남극 진출은 1978년 12월 남북수산 남북호와 국립수산진흥원 조사단이 남빙양에서 크릴 시범 조업에 나서면서부터다. 정부의 지원정책에 따라 1988년까지 남북수산, 대호원양, 동방원양 3개사가 17회에 걸쳐 시험 조업으로 크릴을 잡았지만 어획량이 부진했고, 가공식품도 제대로 개발되지 않아 크릴 조업은 경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후 인성실업이 2년간의 시험 조업을 끝내고 1999년 3000t급 인성호를 남빙양 크릴 조업에 투입함으로써 본격적인 크릴의 상업화 시대를 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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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12월7일 남북수산의 남북호가 크릴 시범 조업을 위해 부산항을 출항 남빙양으로 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남극 진출은 크릴 시범 조업에 나서면서부터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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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호가 크릴 조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당시 낚시 미끼 등으로 국내에 소비되던 크릴은 전량 일본에서 수입에 의존해왔지만 지금은 일본에 역수출 하고 있다. 현재(2016년) 우리나라의 남빙양에서의 크릴 조업양은 세계 2위다. 국제환경단체의 집중 감시 대상이 될 정도다. 국립수산과학원 집계를 보면 우리나라 2개 원양업체(동원산업, 인성실업) 어선 3척이 2012~13년 어기(2012년 12월 1일~2013년 11월 30일)에 3만9988t의 크릴을 잡았다. 전 세계 남빙양 크릴 어획량 21만6569t의 18.5%에 달하는 양이다. 단가는 크릴 1t에 100만 원 선이다.
남빙양에서 우리나라 선원들이 크릴을 잡아 들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크릴 조업량은 세계 2위 수준이다.
자주색 새우를 닮은 곤쟁이
곤쟁이는 곤쟁이과에 속하는 갑각류로 대부분 바다에 살며 작은 새우처럼 생겼다. 몸색깔이 자색(자주색)인데다 새우를 닮아 ‘자하(紫蝦)’라고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약 700종이 기재되어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27종이 알려져 있다. 몸길이는 2mm 내지 80mm 정도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것들은 대개가 20mm 이하다. 여덟 쌍의 가슴다리가 있고 가슴다리의 기부에 노출된 아가미를 가진 점이 새우와 다르다. 곤쟁이는 우리나라 황해에서 많이 잡히는데, 그물코가 매우 작은 그물로 잡아 젓을 담가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