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M. 샌드위치 백작

간편식의 대명사인 샌드위치는 아이러니하게도 발명자의 도박 중독과 게으름 때문에 세상의 빛을 본 대표적인 식품이다.

18세기 후반 영국 샌드위치 가문의 4대 백작인 존 몬테규 샌드위치(John Montagu Sandwich, 1718~1792) 백작은 미국 독립전쟁 때 활약한 영국의 해군장군으로서 부패 혐의로 자주 비난을 샀으나 행정 능력만큼은 뛰어났다고 한다. 그는 특히 해양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탐험을 적극 장려했는데, 영국의 탐험가인 제임스 쿡 선장은 1778년 그가 새로 발견한 섬의 이름을 샌드위치 제도(하와이)라고 명명했다.

하지만 샌드위치 백작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샌드위치의 발명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식사할 시간도 아까워할 만큼 카드놀이에 푹 빠져 지냈던 터라 하인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백작의 건강이 날로 쇠약해져 갔기 때문이었다.

‘카드놀이를 즐기면서 짧은 시간 내에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식사는 없을까?’

카드놀이에 열중해 있던 샌드위치 백작은 마침내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쳤다. 하인들을 시켜서 런던 곳곳을 찾아보았지만 마음에 드는 음식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식사는 권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백작 때문에 애를 태우던 하인들은 궁여지책으로 빵과 고기, 그리고 채소를 되는대로 으깨고 버무린 다음 카드놀이에 열중인 백작의 손에 쥐여 줬다. 백작은 이를 무심코 받아 들고 한입 꿀꺽 삼켰는데, 그 맛이 매우 놀라웠다. 여태껏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던 색다르고 매우 훌륭한 맛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빵은 카드놀이를 하면서 먹기에도 매우 간편했다.

그 결과 샌드위치 백작은 식사를 거르지 않고 카드놀이에 열중할 수 있었다. 같이 카드놀이를 하던 사람들 또한 샌드위치 백작의 식사법을 보고 따라하면서 점차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샌드위치 백작의 이름을 따서 ‘샌드위치’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샌드위치가 나올 당시 사회는 격식을 차려 식사하는 문화가 일반화되었던 탓에 처음에는 사람들이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차 안에서나 야외 활동 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불편한 격식문화를 물리치고 그 인기가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한편 샌드위치처럼 빵과 야채를 한꺼번에 섞어서 먹는 음식은 로마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00년 전 로마인들은 검은 빵에 육류를 끼운 음식이 가벼운 식사대용으로 애용되었던 기록이 남아 있다. 러시아에서도 전채의 한 종류인 오픈 샌드위치를 만들어 사용하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