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밤부터 오전 9시까지 마스크조차 안 벗었다" 보건소측 "쏟아진 땀..마스크 벗는 틈에 감염 유력"
━ 순천보건소 동료들 "두꺼운 방호복 입고 밤샘" 24일 오후 3시 전남 순천시보건소 선별진료소 앞.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 채취에 투입된 한 공무원이 무더위에 퉁퉁 불어터진 손을 보여줬다. 이날 낮 최고 32도의 더위 속에서 종일 고무장갑을 끼고 있던 탓에 손 전체가 땀에 불어난 것이다.
그는 “나뿐만이 아니고 보건소 직원 모두가 날마다 가장 두꺼운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채 밤낮없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순천시보건소에 따르면 이곳 선별진료소에서 검체 채취에 투입된 직원들은 선풍기만으로 연일 계속되는 폭염을 버티고 있다.
━ “딱 한 번 마스크 벗었는데…” 그러면서 그는 최근 검체 채취 작업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료 직원의 사례를 조심스레 꺼냈다. 앞서 지난 23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순천시 보건소 직원 A씨에 대한 얘기였다. 동료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일 오후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검체 채취 작업에 긴급 투입됐다. 이날 함께 검체 채취를 했던 동료 B씨는 “A씨는 보건소를 찾은 시민들의 검체를 채취하는 동안 마스크를 벗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A씨가 레벨D 방호복을 입고 검체 채취를 하는 동안 바이러스가 파고들만 한때는 밤샘 근무를 끝낼 당시 딱 한 번뿐”이라고 했다. 또 “A씨는 밤샘 작업을 한 뒤 오전 9시쯤 사람들이 전부 빠지고 레벨D 방호복을 벗기 직전에야 마스크를 벗고 땀을 닦았었다”고 말했다.
B씨는 “동료들 모두 방호복을 입으면 내부는 한 시간도 못돼 땀으로 가득 찬다”며 “A씨가 10시간 가까이 두꺼운 방호복 속에서 고생하던 중에도 마스크를 벗은 적이 없었고, 방호복을 벗을 때 땀이 쏟아져서 닦았던 것 같다”고 했다. 보건소 동료들에 따르면 A씨가 검체 채취 작업에 투입된 지난 20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7.5도까지 치솟았다. 보건소 직원들이 밤샘 작업을 한 이날 저녁에는 해가 저문 밤에도 24.5도를 기록할 정도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 보건소 측 "확진자와 겹치는 동선 없다" 순천보건소 직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A씨는 밤새 입고 있던 레벨D 방호복을 벗을 때 방호복 안에 차 있던 땀이 쏟아지자 마스크를 벗은 뒤 땀을 닦았다. 순천시보건소 측도 여러 조사를 벌인 결과 A씨가 방호복을 벗는 과정에서 마스크를 한 번 벗었을 때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순천시보건소에 따르면 A씨는 다른 확진자와 겹치는 동선도 없다. 순천시보건소 관계자는 “A씨는 지난 20일부터 3일 동안 일하면서 하루만 퇴근했고 내내 보건소에서 근무했다”며 “검체 채취 이전까지 넓혀 역학조사를 했지만, 기존 확진자와 접촉한 동선도 없었다”고 말했다.
동료들도 레벨D 방호복으로 무장한 그를 코로나 바이러스가 덮쳤다는 데 전혀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A씨는 지난 22일에도 다른 동료가 미열이 있어 진단검사를 받자 혹시나 하는 맘에 함께 검사에 응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 "전담 직원 아닌 A씨…확진자 급증해 긴급 투입" A씨는 검체 채취 전담 직원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20일과 21일 전남 순천에서 5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검체 채취를 할 일손이 부족했다. 이에 순천시 보건소는 지난 20일 모든 직원을 검체 채취 작업에 투입했고, A씨 또한 폭염 속에서 가장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였다.
A씨와 함께 검체 채취에 투입됐던 직원 C씨는 “갑자기 확진자가 증가하는 바람에 순천시청 내 다른 부서에서의 지원도 어렵던 상황”이라며 “보건소 내 3개과 직원 전부가 투입된 비상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순천시 보건소 동료들은 “검체 채취 전문직렬도 아닌데 지원 나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 너무 안타깝다”며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