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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밤에 쓴 아내의 일기
정석 2011-04-22     조회 : 19362

어제밤에 쓴 아내의 일기


아는 친구의 남편이 바람피워 이혼하자
주변 사람들은 잘 생긴 남편을 둔 내게
걱정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다.

"열 여자 싫다는 남자 없다.
니 남편도 저쪽에서 죽자고 덤비는데
싫다 하겠냐. 한번쯤 의심해 봐야 돼."





그래서 의심해 보기로 했다.
참 이상하게 그동안 믿어왔는데
의심하기로 작정하고 지켜보니
모든 점이 의심스럽기 그지 없는 것이다.

그러던 차, 모두가 잠이 든 새벽 1시,
그 깊은 어둠속에 남편의 핸드폰이 울렸다.

"따다따 따다따~~따다따따 따다따~~~~"

자다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는 남편,
가만히 상대의 목소리를 듣고만 있더니
알았다고 끊는다.



얼핏 들리기로는 어린 여자 목소리 같았다.
남편은 잠시 고뇌와 번민에 찬 모습으로 갈등하더니,
부스럭거리며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는다.
그리고 자는 나를 한번 더 확인하더니,
살금살금 부시럭부시럭 바같으로 나갔다.





헉!! 설마설마 했더니,
내가 그렇게 믿어왔던 내 남편이...
이 밤중에 다른 사람 전화를 받고 나갔다...

오 마이 갓...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것인가,
순간적으로 머리 뽀개지게 고민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데
성인군자인척 할 필요가 어디 있나.
무조건 따라나가 한 대 갈기구 잡구 싸우는 거다.

그러나 만약 남편이 내가 아니라 그뇬 편을 들면 우짜지?
오만 생각을 하며 떨리는 가슴으로 앉아 있는데
남편이 돌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급하게 나가느라 지갑을 안 들고 간 게다.
배신을 때린 바람난 저 인간을 어떻게 해야 하나...
초당 100바퀴로 머리 굴리다
벌떡 일어나 문 앞에 가서 있었다.

야구방망이 하나만 있었음 딱 좋겠구만~~...





문을 여는 순간,
"으악~"
하고 비명지르며 뒤로 나자빠지는 남편 아니 그 인간.
바람피우는 걸 상대방에게 들켰을 때보다
더 무서울 때가 어디 있겠는가?





"너는 현행범이야.
이제 무슨 변명을 해도 소용없어,
난 모든 걸 지켜봤어!"

뒤로 자빠진 그 인간앞에 서서 분노로 씩씩대는 나,
이건 그야말로 완벽한 미스테리물의 한 장면이었다.

"전화한 뇬이 누구얏!"




 
슬금슬금 다시 일어나던 남편이
분위기 장난 아님을 깨닫고 사실대로 분다.

"...옆...옆집...여학생..."

뭐? 옆집 여학생????
아니, 적이 그렇게 가까이 있었더란 말인가??

"그 나쁜뇬이 왜 전화한거얏!
이 밤중에 남의 남자한테! 왜!왜!..???"

남편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 듯,
아니면 나를 포기하고 그 뇬을 택한 듯 잠잠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남편은
놀라고 당황하던 조금 전의 모습과 달리
되려 당당해진 모습으로 침대로 갔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던지는 말.

.
.
.
.
.
.
.
.
.

"차 빼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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