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등학교 2학년생인 A(17)군은 경기도에 사는 부모와 떨어져 학교 주변 고시원에 혼자 살고 있다.
지난달 17일 오전 1시. 고시원에서 혼자 술을 마신 A군은 밖으로 나갔다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는 회사원 B(23.여)씨와 마주쳤다.
A군은 B씨를 인근 빌라 주차장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B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출동했으나 A군은 이미 현장을 떠난 뒤였다.
당초 A군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16일 집에 가겠다고 말해놓은 터였다. 17일 아침 잠에서 깬 A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집에 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A군에게 전화를 걸어 "집에 온다더니 왜 안왔느냐"고 물었다.
얼마간 침묵이 흐른 뒤 아들은 "사실 제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깜짝 놀란 아버지는 캐물었고, A군은 머뭇거리며 "성폭행을 저질렀다"라고 털어놓았다.
혼비 백산한 아버지는 아들에게 "꼼짝 말고 거기 그대로 있으라"고 신신당부하고는 곧바로 고시원을 찾아갔다. 범행 전말을 들은 아버지는 고민 끝에 아들을 인근 지구대에 데리고 가 자수토록 했다.
경찰은 지난달 17일 B씨를 성폭행한 혐의(강간)로 A군을 입건했다. 양측은 이후 합의를 봐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4일 "A군의 아버지는 정직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아들을 경찰에 신고하는 아버지 마음이 편할 리 없었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들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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