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근무했던 부대는 강원도 화천에 있고 민통선 바로 아래에 위치 했더랬죠.
그 덕에 민통선 초소 근무도 서야했습니다. 저희 중대는 화기중대라 별다른 초소 근무는 없었지만
갑자기 다른 대대에서 우리 대대로 임무가 넘어오면서 민통선 근무는 자연히 우리가 하게됐습니다.
민통선이다보니 부대내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초소가 있고 근무자 사로가 있었죠.
제 상병시절 한겨울의 일입니다.
여느때처럼 야간 근무를 서고 있었죠.. 맞은 편 사로 안에 후임이 있고 그 뒤쪽으로 초소안에
분대장이 있긴 하지만 아..역시 산골의 밤은 무섭습니다. 들짐승 산짐승 울음소리.. 산과 들판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와 풀헤치는 소리도 들려오고.. 불빛은 없고 그 새벽에 민통선을 통과할
사람이나 차량 또한 없죠. 물론 훈련 부대가 있다면 모르겠지만요.
워낙 적막하다보니 작은 소리나 주변모습에 변화가 생기면 상당히 민감해집니다. 그만큼
근무자끼리 잡담도 할 수 가 없죠.당연히 순찰간부가 있다면 다 들릴테니까요..
그런데 그날은 민통선내에 부대에서 훈련이 있었는가 봅니다. 민통선 안쪽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훈련부대들이 야영준비를 하는거 같더라구요. 텐트를 치는 듯 야삽으로 내려치는 소리
차량소리도 들려오고 희미하게 불빛도 살짝살짝 보이더라구요. 마침 지루하고 무섭고 잘됐다
싶어서 그쪽의 불빛을 보며 이런 저런 소리들을 듣고 있었죠. 계속 집중하고 있다 보니 말소리도
들리는거 같더라구요. 웅얼거리는 소리로 들리는데 그걸 또 알아들어먹겠다고 꿋꿋하게 귀를
그쪽으로 바짝 대고 듣고 있었습니다.
얼마지나지 않아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강원도 산골의 겨울 칼바람 장난아닙니다.
갑자기 귓가에 칼바람이 휘잉~~하고 지나치더니 가까이에 바로 대고 말하는 듯이 또박하게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아저씨..뭐해....?히힛~"
아...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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