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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한 나체의 여인
사다리타고
2012-02-07 조회 : 11089
조선 중종 때 판중추부사 조광원이 예조참의로 있을 때다. 그는 1540년 천추사로 중국 명나라 연경에 가는 도중, 옹주 고을에서 유숙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고을 관속이 관아 객사를 두고도 별사로 안내하므로 질책을 하니, 관속이 하는 말이 객관에는 요귀가 있어 투숙하는 관리마다 죽게 되어 폐사된 지 오래 되었다고 한다. 조광원은 고을 수령이 극구 간청함에도 불구하고 이 말을 듣지 않고 유숙을 하게 되었다.
조광원이 사방에 촛불을 밝히고 침석에 들자 여러 관속들은 요귀에게 폐를 당하여 송장을 치게 되었다고 수군거리며 물러갔다.
밤이 깊어 삼경이 되자, 별안간 일지폭풍이 불며 병풍이 넘어지고 촛불이 꺼지며 암흑세계가 되었다.
이리하여 큰 기침을 하며 벌떡 일어나 보니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천장이 찢어지더니 사지가 분산되어 각각 하나, 둘, 허리부분과 머리가 연속적으로 떨어졌다. 그것이 한데 붙어 한 여인이 되었는데 피부는 눈같이 희고 벌거벗은 나체의 여인이 피를 흘리며 흐느껴 울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조광원은 정색을 하고 소리를 높여, "너는 어떠한 요귀이길래 여러 관원을 해쳤고, 또 어느 안전이라고 무엄하게 나타났느냐!" 하고 꾸짖으니 나체의 여인이 울음을 그치고 말했다.
"소첩은 억울한 원한이 있어서 여러 번 큰 죄를 지었습니다.
다행히 오늘에서야 존엄하신 어르신네를 뵙게 되어 사연을 말씀드리게 되었습니다."
사연은 이러했다.
여인은 그 고을 관기로서 모년 모원 모일에 사또의 수청을 들어 관아 객사에서 자게 되었다. 밤이 깊어 소피를 보려고 밖으로 나오는데 툇마루 아래서 상직을 하던 관노가 갑자기 달려들어 겁탈하려 하였다.
한사코 반항하자 관노는 기생의 입을 틀어 막고 뒷산으로 끌고가 다시 겁탈하려고 했다. 그래도 반항하자 관노는 기생의 사지를 찢어 처참하게 죽인 후 큰 바위 밑에 암장했다.
여인의 원귀로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조광원은 그 말이 사실이라면 원한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여인의 원귀는 수십 번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날이 밝자 조광원은 사령을 비롯한 관속들을 불러 관기 명단을 점검하는 한편 요귀가 말한 뒷동산에 올라가 현장을 살피게 했다. 사령ㄷ르이 큰 돌을 들어보니 과연 창백한 여자의 시체가 조금도 상하지 않은 채로 있었다.
조광원은 시신을 동헌 뜰에 가져다 놓고 그날 밤 상직했던 관노를 잡아오게 했다. 관노는 추상 같은 조광원의 신문에 이실직고하고 사지를 청했다.
조광원은 수령에게 명하여 관노를 엄벌케 하고 기생의 시신을 염습하여 후히 장례를 치러주었다.
그 후부터는 요귀가 나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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