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고요 김완하 가을 숲으로 난 길에는 거울이 하나 서 있었다 걸어오던 길에서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그 거울 속의 고요를 눈여겨보았다 뚜벅뚜벅 걸어갔을 아버지의 발자국은 스미고 이어 내 발자국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아들의 손을 잡고 갈참나무 한 그루 쓸쓸히 잎을 비우고 있었다 싸리나무 한 그루도 가파른 제 어깨를 스스로 보듬어 안고 있었다 순간 숲의 풍경을 찢으며 흰 구름 한 자락 거울 속 고요를 맑게 지우고 간다 말채나무 채찍이 숲의 등짝을 후려 팬다 가없는 시간의 자맥질 속으로 어둠이 와 숲의 고요와 깊이를 재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