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봉지의 마음 이현호 말하지 않아도 검은 봉지에 담아주는 것이다 배려란 이런 것이라는 듯 검은 봉지 속 같은 밤을 걸어 타박타박 돌아가다 보면 유리의 몸들이 부딪는 맑은 울음소리 난다 혼자는 아니라는 듯이 혼자와 환자 사이에는 ㅏ라는 느낌씨 하나가 있을 뿐 아아, 속으로 삼켰다가 바닥에 쏟기도 하는 말라붙은 열, 형제자매의 소리 거리엔 늦은 약속에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게 있고 길목을 네 발로 뛰어다니며 꼬리 흔드는 마음이 있고 떨리는 손으로 끝내 쥐고 놓지 않을 게 남았다 끊을 거야, 비록 이것이 우리의 입버릇이지만 간판이 빛난다는 건 아직 빈자리가 남았다는 뜻 습벽이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같은 족속 너에겐 이파리를 찢는 버릇이 있었지 아무리 찢어발겨도 초록은 잎을 떠나지 않는데 검은 봉지 속 같은 방에 들어 자기 숨에 취하는 시간 어린것을 핥아주는 초식동물의 눈빛으로 빈 것을 바라보는 인사불성의 성주城主, 형제자매의 눈동자 누구라도 이 세상에 이토록 짙은 냄새 풍긴 적 있겠지 누군가는 이 행성의 자전을 위해 갈지자로 걸어야지 다시 또 검은 봉지같이 바스락거리는 시간을 건너가면 배려란 무엇인지 보여주려는 듯 자고 있는 염리마트와 대흥슈퍼, 되돌아오다 보면 두 귀를 꼭 묶은 검은 봉지를 들고 나오는 형제자매들 아아, 무사한 오늘에 대한 우리의 관습 말하지 않아도 검은 봉지에 담아 버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