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를 거두며
도종환
언제나 먼저 지는 몇 개의 꽃들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이 슬과 바람에도 서슴없이 잎을 던지는 뒤를 따라 지는 꽃들은 그들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며 사랑한 다는 일은 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는 일은 기 쁨과 고통, 아름다움과 시듦, 화해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삶 과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일이어야 함을 압니다. 시드는 꽃밭 그늘에서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어 주먹에 쥐며 이제 기 나긴 싸움은 다시 시작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아무것 도 끝나지 않았고 삶에서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것이 남아 있 는 우리들의 사랑임을 압니다. 꽃에 대한 씨앗의 사랑임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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