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파리明波里에서
최광림
북풍 한자락에
반백년의 율律을 풀어
밤마다 목을 놓는
열두 줄의 현絃이 있다
흔적은
죄만 같아서
그림자와 같아서
길이 소진消盡한 지점에
또 하나의 길이 있다
세월의 무게를 담아
등불 밝힌 어머니
명파리
유년幼年의 들은
푸른 싹만 돋아라
마실도 용서 안되는
찢어진 바람 앞에
난 이제 어떤 노래로
다스리며 살 것인가
녹이 슨
철망 너머로
찔룩이는 해 울음아.
*명파리: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동해 최북단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