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따라 복도 화도 들어온다. 어진 이와 인연을 지으면 자신도 그렇게 물들어 어질게 되고 악한 이와 인연을 지으면 자신도 그렇게 물들어 악하게 된다. 확실히 아는 인연도 확실히 모르는 인연도 아닌 어정쩡한 인연을 만들어 놓지 말아야 한다. 어설프게 맺은 인연이 삶에 고통을 더한다. 우리에게 피해를 주는 인연은 확실하게 아는 인연도 확실하게 모르는 인연도 아닌 어설픈 인연이다. 사기도 그렇고 강간도 그렇듯이 우리를 궁지로 몰아넣은 대부분의 비극은 어설프게 아는 인연에서 가장 많이 저질러진다. 적당히 인연을 맺어 필요할 때만 이용해 먹겠다는 생각으로 인연을 맺어서는 안 된다. 그러한 생각은 도리어 자신을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 어설픈 인연을 맺는 것보다는 차라리 인연을 맺지 않는 것이 인생에 득이 된다. 인연이란 맺을 때는 뜻대로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끊을 때는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어서, 어설프게 인연을 맺어 놓았다가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어설픈 인연이 주위에 있다면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한 인연에서는 확실한 인간적 고리가 없기 때문에 언제나 배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안면이 있다는 점을 교묘히 이용하기 때문에 경계를 게을리하면 큰 피해를 당하고 만다. 알고 있다는 이유로 경계심 없이 그의 요구를 덥석덥석 받아 주다가는 평생의 후회를 남기게 된다. - 송천호, ‘나는 내가 바꾼다’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