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묵은 때를 둘둘 말아
 가방에 구겨넣고 서둘러 길을 나선다.
 
 빽빽한 콩나물 시루에서
 두 시간 동안 전쟁을 치루고 나서야
 겨우 도착한 도봉산
 
 지난 여름 땡볕에 더위를 먹었는지
 숲 속에 매미들도 헐떡거리며
 오늘은 노래를 하지 않는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낯 선 산행객들이 제각기 실타래같은 삶을
 길바닥에 질펀하게 풀어놓는다.
 
 저마다 땅따먹기 고수에다
 병정놀이에 도통한 사람들이지만
 사람 산다는 것이 다 거기가 거긴 모양이다.
 
 하늘이 가까워지면서 정상에 오르면
 산사람들은 찌든 때를 털어내며
 여기저기 둘러앉아 허기진 배를 채운다.
 
 눈 아래 속세는
 한 폭 그림처럼 아름답고
 맑고 푸른 산사람들의 마음은
 어느덧 구름처럼 바람처럼
 하늘을 걷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