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이야기다.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마산까지 오는데
내 옆 좌석에서 몸을 비틀어가며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5~6세의 어린이. 그 아이의 레퍼토리(repertory)는 끊임없이
‘아침바람 찬 바람’ 이다. 듣다듣다 신경질이 났다. 의자에
기대어 쿨쿨 자고 있는 아이엄마를 깨워서 한말 했다.
어찌 아이가 나비야 나, 산토끼도 모르고 아침바람 밖에
모르느냐고 했더니, 미안하다며 자기는 초등학교 교사인데
아이를 돌볼 시간이 안 나서 할머니께 맡겼더니 노래라고는
그 곡 밖에 모른다고 하고는 또 쿨쿨 잔다. 나는 속으로
“ 아이구! 남의 자식은 다양한 레퍼토리로 노래를 가르치면서
자기 자식은 한곡밖에 모르는 아이로 가르치다니 어이가
없구먼” 하고 기차에서 내렸다. 그 아이는 잠도 자지 않았다.
천진난만한 아이야 배운 것이 그뿐이라 그 한곡만 부을 수도
있고, 직장생활에 지친 아이엄마도 이해는 되지만, 우리가
변함없이 자나 깨나 한 레퍼토리만 부르듯이 산다면 이 얼마나
시대에 후퇴된 삶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