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을 보고 있노라니 왠지 한없이 서글퍼진다. 눈부시게 반짝이는 햇살에 발길을 멈춘 나는 실눈을 뜨고 가지 끝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에 눈이 익숙해진다. 장지문 같이 반투명으로 비치는 초 록색 잎사귀의 선명하게 드러나는 잎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순간, 나 자신이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절감한다. 그래, 저 잎사귀처럼 나한테도 뼈가 있지. 강한 빛을 비추면 누구라도 저런 식으로 뼈와 내장과 피부가 보일 것이다. 이 세상 아름다운 것은 모두 물리나 화학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내 뼈가 어두운 캐비닛에 던져지고 차가운 울림과 함께 서랍이 닫히는 것 같아 허무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