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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빛깔
이유아이유 2020-01-15     조회 : 372


아침마다 기온이 떨어져
날씨가 갈수록 쌀쌀해지고
강원도에는 벌써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리는 날
작은 솥에다 고구마를 찝니다.

“칙칙!”하고 소리를 내며 물이 끓는 동안
솥뚜껑을 밀어 올리는 힘이 씩씩거리며
달려오는 기관차를 보는 듯합니다.

그 씩씩거리는 힘이 쪄 낸 고구마를
뜨거워 바로 먹지 못하고 반으로 잘라
잘 익은 고구마의 속살을 바라봅니다.

잘 익은 고구마의 노오란 살빛은 참 보기 좋습니다.

보은 지방의 황토는
고구마를 잘 키워내는 좋은 흙입니다.

파삭파삭한 고구마의 맛이
바로 황토가 키워낸 맛입니다.

황토 중에서도 보통의 고구마를
밤고구마로 키워내는 황토의 불그스레한 빛깔은
잘 익은 흙의 빛깔입니다.

바위가 잔돌이 되었다가
다시 고운 황토로 변해온 오랜 겁의 세월이
그 빛깔 안에 녹아 있습니다.

잘 익은 감빛은 또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손 안에 꽉 차는 감의 느낌, 더 힘을 주면 터질 것 같아
가만히 감의 무게를 쥐고 있노라면
부드러우면서도 팽팽한 감의 살,
말랑말랑하면서도 탱탱한 감의 살갗을
손 가득 느끼며 잘 익은 것의 감촉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주홍빛이란 말 대신 감빛이라고
이름을 바꾸었으면 좋겠습니다.
과일이 가장 아름다운 것은
제대로 익었을 때입니다.

익을 대로 익은 과일의
농익은 빛깔 중의 하나가
홍시의 감빛입니다.

불에 갓 구워낸 은행의 노릇노릇한 빛깔,
그 안에는 떨잎으로 지기 직전
가장 아름답게 불타던 은행잎의 샛노란 열정이 있고,
싸아한 맛이 있으며 은근한 겸허가 있습니다.

수억 년의 세월을 지나오는 동안
진화하기를 거부하는
소박한 자기 고집의 빛깔이 있습니다.

추수하기 직전 노랗게 영근 벼들이
가만히 몸을 움직이며 출렁이는 들판에서도
저는 잘 익은 것들의 빛깔이
어떤 것인지를 보곤 합니다.

참다 참다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는
눈구름이 품고 있던 것들을
다 쏟아낸 함박눈의 흰 빛,

그 흰 눈의 빛깔을 덮고 누웠다가
제 몸을 서서히 붉은 흙빛으로 바꾸어 가는 대지,
그 대지에서 자라는 나무와 뿌리식물과 곡식들
우리는 그런 것을 먹으며 목숨을 이어갑니다.

우리는 오늘도 잘 익어가고 있을까요.
사람은 자연 속에 있게 해보면 그
가 제대로 익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자연 속에서 드러나는 얼굴빛과 표정
그리고 눈빛과 행동거지를 보면
그가 얼마나 익은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대도 잘 익은 빛깔의
성숙한 과일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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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아린이 | 추천 0 |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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