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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쓴다, 삶의 궤적을!
북기 2020-01-27     조회 : 209

일산에 사는 주부 신임재(55)씨는 집안 정리가 끝나는 오후가 되면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든다.
책상이라야 밥상에 흰 수건을 깔아놓은, 작은 앉은뱅이 책상이지만 신씨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집필실이다.
오늘의 주제는 아들의 이야기다.
‘아들의 방’이라는 작은 제목을 쓰고 나니, 여러 가지 기억들이 필름끊긴 영화처럼 툭툭 끊어져 떠오른다.
아장거리며 품에 달려들던 아들에게서 나던 달콤한 우유냄새, 고등학생 때 절뚝거리며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의 다리에서 본 시퍼런 피멍과 대학입시를 앞둔 아들 앞에서 산산조각을 낸 워크맨의 파편들. 이웃집에 강도가 들었다며 재수생이었던 아들을 불심검문하던 경찰 앞에서 “내 아들이 강도처럼 보이냐?”며 동네 사람이 모이는 줄도 모르고 눈물범벅되어 소리지르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를 즈음 어느새 눈가가 축축해진다. 정작 글이 진도나가는 시간보다는 혼자서 빙그레 웃다가 울기도 하는 시간이 훨씬 길지만 이렇게 습관처럼 글을 써내려간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그 사이, 엄마 손을 잡고 쑥을 캐러다니던 어린 산골 아이가 장성한 아들을 장가보내는 중년의 아줌마가 되기까지 넘었던 삶의 고개들로 채워진 노트가 100쪽을 넘었다.

“나이 먹으면서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언젠가 내 손으로 태워버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식들에게는 별로 의미도 없어보이는 것들이 이사다닐 때마다 짐만 될 것 같아서요. 그런데 내 흔적을 막상 없앤다고 생각하니 ‘내가 어떻게 살았나, 나는 뭐였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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