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바로 2년 전인 어느 겨울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합 니다. 동아문화센터의 창 밖으로 계란 가루 같은 눈이 쏟아지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L이라는 시작 연구반원 의 얼굴을 처음으로 자세히 본 것도 그날이었습니다. 그녀의 눈동자는 토끼 눈처럼 순수한 아름다움으로 빛 나고 있었던 것이 망막에 남았습니다.
그녀는 항상 A,B반을 합쳐서 40명 정도의 연구반원 중 에서 교실 제일 뒷자리에 검은 보자기에 싸인 토끼처럼 앉아서 노트만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제시하는 창작 시는 날로 좋아져 가고 있었습니다. 모티브도 새로웠고 이미지의 조형성도 독특했고 언어도 참신했고 순발력 도 있어서 나는 그녀의 시를 주목하기 시작했던 것입니 다. 대부분이 국문학과나 영문학과를 나온 수강생들이 었지만 그녀는 E대 불어교육과를 나왔다는 것도 후 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그녀가 언제부터인가 교실 에 나오지 않게 되어 나도 자연히 잊어버리고 말았습니 다.
그로부터 얼마 후 느닷없이 전화가 회사로 걸려 왔습니 다. 「선생님 저 L인데요. 잊어버리셨지요? 그동안 친구와 조그마한 사업을 시작해서 교실에는 나가지 못하지만 시는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시간을 쪼개서라도 선생님 을 자주 찾아 뵈옵기로 하겠습니다. 용서하여 주세요.」 「그래? L이 누구였더라. L이라는 글자는 고무 지우개 로 지워 버렸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