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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번째의 포옹
아린아린이 2020-02-01     조회 : 237

아버지의 얼굴은 황달에 걸린 사람처럼 노란 색이었다.
아버지는 외부로부터 철저히 차단된 병실에서 정맥 주사관들과
모니터들에 연결되어 누워 있었다.
한때는 체격이 건장했는데 지금은 15킬로그램이나 체중이 빠진 상태였다.
아버지의 병은 췌장암으로 판명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악성이었다. 의사들은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아버지가 앞으로 석달에서 여섯달까지밖에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췌장암은 방사능 치료나 화학요법으로도 소용이 없기 때문에
의사들은 별다른 희망을 걸지 않았다.
며칠 뒤 아버지가 병원 침대에 앉아 있을 때
나는 아버지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겪고 계시는 고통에 대해
저 또한 깊이 느끼고 있어요.
아버지의 병은 그 동안 아버지께 거리를 두었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고, 제가 진정으로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했어요.˝

나는 몸을 기울여 아버지를 껴안았다.
그러나 아버지의 어깨와 두 팔은 잔뜩 긴장한 채 굳어 있었다.

˝그러지 마세요, 아버지. 아버지를 진정으로 껴안고 싶어요.˝

그 순간 아버지는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보였다.
아버지와 나와의 관계에서 애정을 표시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에게
내가 껴안을 수 있도록 좀더 앉아 있어 줄 것을 부탁했다.
나는 다시 한번 시도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앞서보다 더욱 긴장했다.
나는 전에 느꼈던 분노의 감정이 내 안에서 다시금 자리잡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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