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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또로로 2020-02-03     조회 : 217
나는 수원공고를 나왔다. 어려서부터 축구를 했고,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축구 하나만을 보고 살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장 프로 축구단에 입단할 생각만 했다. 프로입단을 희망하는 풋내기 축구선수가 어디 나 뿐이었겠는가? 수십, 수백 명의 학생 중에서 계산 빠른 프로축구단의 감독이나 스태프의 눈에 들려면 뭔가 남들과는 달라도 분명히 달라야 했지만 내게는 아무것도 뛰어난 것이 없었다. 대학팀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관동대, 동국대 할 것 없이 다 퇴짜를 맞았는데 우여곡절 끝에 명지대학교 김희태 감독님 눈에 들어 어렵사리 대학에 진학했다. 그때까지 내 인생은 늘 그랬다. 남들 눈에 뜨지 않으니 "깡다구" 하나로 버티는 것이었고, 남이 보든 안 보든 열심히 하는 것을 미덕인 줄 알고 살았다. 그 성실한 점 하나로 당시 허정무 감독님이 사령탑으로 계시던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했고, 얼마 안 있어 일본 교토팀 선수로 스카우트 되었고, 월드컵 평가전에 우리나라 대표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후보 선수였고, 나를 주목하는 사람도 없었으며 각 포지션에는 이미 이름난 선수들이 꽉 들어차 있어서 갓 스물이 넘은 어린 내게 기회가 올 것이란 욕심은 애당초 부리지도 않고 있었다. 경험만 쌓는데 만족하고 본선 때 한 경기라도 뛰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평가전에 임했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님은 평가전에서 나에게 예상 외로 많은 기회를 주었다. 그렇지만 감독님은 평가전이 있을 때마다 꾸준히 나를 시합에 내보낼 뿐 다른 언질은 전혀 없었다. 내가 영어로 언어소통이 전혀 안돼서 감독님이 하는 말 중에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오른쪽(Right)", "왼쪽(left)"뿐이라 다른 말씀을 하지 않으셨고, 언론도 나를 알아주지 않았다. 난 눈에 띄지 않는 선수였고, 그 당시 내가 알던 축구와는 생소했던 감독님의 축구를 이해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여력도 없었다. 그런데 미국 골드컵 대회 때 내게 기회가 왔다. 그 때 나는 왼쪽 다리에 부상을 입어 시합에 나가지 못해 텅 빈 탈의실에 혼자 남아 있었다.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조금이라도 더 많이 보여야 할 그 중요한 때에 하필이면 부상을 당했나 싶어 애꿎은 다리만 바라보면서 맥이 빠져 앉아 있었다. 그 때 히딩크 감독님이 통역관을 대동하여 나타났다.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오신 감독님은 영어로 뭐라고 말씀하셨다. 무슨 말인지 몰라 통역관을 바라보았다. "박지성씨는 정신력이 훌륭하데요. 지금과 같은 그런 정신력이면 반드시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얼떨떨했다. 뭐라 대답도 하기 전에 감독님은 뒤돌아 나가셨고 나는 그 흔한 "땡큐" 소리 한 번 못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늘 멀리 있는 분 같기만 했는데… 그런 감독님이 나를 찾아와서 내 정신력이 훌륭하다는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 날듯이 힘이 솟았다. 더욱이 그 말은 내 심중을 꿰뚫고 있었다. 정신력, 나는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었지만 오래 전부터 내가 믿어왔던 것은 죽는 한이 있어도 버티겠다는 정신력이었다. 중학교 무렵 축구부 감독님이 화가 나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선수들에게 자신이 올 때까지 팔 굽혀 펴기를 하라고 지시하곤 휑하니 가버린 일이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대충 상황을 파악하고 날이 저물자 집으로 돌아가 버렸지만, 나는 감독님이 오시기만을 기다리며 자정이 넘도록 혼자서 팔 굽혀 펴기를 했다. 비록 술에 취해 한 말일지언정 감독님의 지시라 따라야 한다는 고지식한 성격에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나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은 오기가 생겨서 그랬던 일이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나는 평발이다. 의사 선생님은 내게 평발로 축구선수를 하는 것은 장애를 극복한 인간 승리라 말하기도 했다. 난 그렇게 보잘 것 없는 나의 모든 신체 조건을 정신력 하나로 버텼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눈에 띄지 않는 정신력 따위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당장 눈에 보이는 현란한 개인기와 테크닉에만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님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여드름 투성이 어린 선수의 마음을 읽고 있기라도 한 듯 "정신력이 훌륭하다"는 칭찬을 해주셨던 것이다. 그 말은 다른 사람이 열 번 스무 번 ‘축구 천재다’, ‘신동이다’ 하는 소리를 듣는 것보다 더 내 기분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칭찬만 듣고 자란 사람은 칭찬 한 번 더 듣는다고 황홀감에 젖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난 그 칭찬을 듣는 순간 머리가 쭈뼛하게 설만큼 나 자신이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월드컵기간 내내 그 날 감독님이 던진 칭찬 한 마디를 생각하며 경기에 임했다. 내 정신력이면 분명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며 공을 몰고 그라운드를 누비며 미친 듯이 달렸다. 침착하고 조용한 성격이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쑥스럽기도 했지만, 오직 히딩크 감독님이 어디선가 또 나를 지켜보며 조용한 눈빛으로 격려하고 있을 거란 생각만 하면서 뛰었다. 만약 내가 히딩크 감독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여기서 "지금의 나"라는 사람은 이름 꽤나 알려진 유명 스타가 되었다거나 부모님께 집을 사드릴 만큼 넉넉한 형편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전보다 더 나 자신을 사랑하는 "내"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감독님이 탈의실에서 던진 짧은 그 말 한마디는 그 날 이후 나의 나머지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박지성의 인생을 바꾼 말 한마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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