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만년쯤 살아보고 그때도 그리워 눈물이 나면 그때서야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나 보네요
인간에게 사랑, 그건 어쩌면 앞날의 예감 같은 거 인지도 모르겠네요 사랑이란 건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데 소식이 하루쯤 없으면 종일 이유 없이 불안하게 만드니까요 언제나 헤어짐은 약속이라 한 듯이 그래도 <당신을 사랑했다>는 변명만을 남기고 봄비처럼 스치듯 왔다가 사라지는 존재 같아요
이만큼 살다 보니 사는 동안 너무 면역이 생겨서인지 작은 헤어짐에도, 기분좋은 만남에도 감정에 있어 큰 변화가 없네요 이제는 또 다른 백마 타고 오는 돈키호테보다는 내 입맛을 길들여 놓은 아주 잘 숙성된 모젤와인처럼 때로는 아버지의 넉넉함과 가끔은 연인의 짜릿한 흥분, 또 때로는 내가 늘상 걸쳐입고 다니는 20년 지기 폴로 스웨터 같은 존재처럼 당신이라는 사람이 나를 가장 기분 좋게 그리고 편안하게 해주는 분이라는 것을, 몇 년 전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