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스 강을 건너 이곳까지 날아온 안개가 세상을 뒤덮은 오늘 그대 오신다 해서 새벽부터 서서 마중을 했습니다. 저만치 그대가 보일 것 같아 긴 목을 내밀며 하루를 모딜리아니로 살았습니다. 창가에 오래도록 기댄 채로 서성이는 잘 익은 그리움 하나 사랑비에 젖은 몸으로 종일 창가를 서성거렸습니다. 노랗게 개나리꽃 피던, 사랑을 재촉하던 그 어느 봄날 메마른 입술에 닿은 첫 키스는 기억으로 숨어버린 유혹의 향까지도 생각나게 했습니다. 다시 찾아온 4월......진한 떨림으로 그대와 난 다시 눈맞춤을 합니다. 여전히 멀고 가까움......높고 낮음이 분명하지 않은, 서투른 사랑법에 익숙한 그대와 나이지만 마중하는 길은 한곳이었습니다. 오늘 그대 오신다 하여......내게 오시는 길 지치지나 않을까……. 내게 오시는 길 힘들지나 않을까, 몸과 마음이 번갈아 가며 창가를 서성거렸습니다. 목젖까지 차오르는 그리움 결국, 봇물 터진 둑이 되어 흐르고 말았습니다. 사랑의 유혹이 그리운 오늘, 댓잎에 걸린 여린 이슬방울이 되어 힘없이 그대에게 스며들고 싶습니다. 암스테르담을 누비던 스피노자처럼 내일 지구가 사라진다해도 ……. 난, 오늘 그대를 위해 사랑 나무 한 그루 심고 싶습니다. 다시, 바람이 붑니다. 그날처럼......가빠지는 삶의 호흡소리, 세포 속까지 파고듭니다. 뼛속까지 베어든 통증에 취하다가 깨어나다가 깊은 밤 FM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인디언 집시음악에 심장을 베이고 말았습니다. 쉼 없이 달려간 사랑의 여로......가끔은 방향을 잃은 철새가 되어 낯선 길을 향해 낯을 가리기도 하지만 늘 그 길 위에서 그대를 마중합니다. 이유없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않는 사랑 때문에 밤새도록 치명적인 그리움에 기대어 울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꽃피지 않은 연밥처럼 ......그대를 사랑하면서도 ......그대를 곁에 두고서도 난 늘 외로움에 시달렸습니다. 한겨울 빈 들판에 서있는 한쪽으로만 휘어진 나목처럼 오래도록 그대에게 기대지만 등이 휘어진 사랑 때문에 아팠습니다. 길은 많은데 정작 나의 길을 찾지 못하는 보헤미안처럼 가고 또 가도 길 위를 걷고 또 걸어도 똑같은 길 위에서도 헤매다 목숨이 되어버린 내 사랑 아무리 사랑하여도 단 한번은 헤어져야 하는 사람의 운명......그 때가 올까 두렵지만, 난 여전히 그 사랑이 목마르고 그립습니다. 지금도 그대가 머무는 곳을 향해 다시, 바람이 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