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우세요... 울 수 있다는 거 좋은 거예요. 막을 수 없는 거 막으려는 건 어리석은 짓이에요.˝ 정인이 가만히 말했다. 인혜가 코를 풀다 말고 안경도 끼지 않은 눈으로 정인을 멍하니 바라본다. ˝살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만 해요. 노력해서 되는 일만 해요.노력해서 안 되는 일도 가끔 있거든요.˝ ˝정인씨...˝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가만히 두 손을 가슴에 모으로 있으면 돼요. 가끔 떨어져서 내 삶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거예요. 그러면 알게 돼요. 세상은 신비로 가득 차 있고, 우리는 참으로 작은 존재라는 걸... 우리는 우주가 아닌 거예요.˝ ˝정인씨 정말 많이 힘들었구나.˝ . . ˝그래요... 하지만 서른이 반이나 넘어가는 요즘 나는 생각해.고시를 보고, 변호사가 되고 이런 게중요한 게 아니었꾸나 말이에요. 더 많은 여행을 떠나야 했고 더 많은 사람들과 길을 가며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고, 더 많은 술을 마시고 더 많은 강에서 수영을 했어야 했어. 그리고 무엇보다 더 많은 남자와 연애를 하고 더 많은 실패를 했어야 했다고... 그래서 그 실패를 되새기면서 배워야 했었던 거야. 인간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결혼하기 전에 아니, 하다 못해 엄마가 되기 전에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