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바늘을 만들어 파는 제침공이 있었다. 바늘 만드는 솜씨가 뛰어나 장안의 화제였다. 그가 만든 바늘은 얇은 비단 옷을 만들 때에도 바느질이 잘 되었다. 옷감에 맞추어 만들어진 바늘들은 매끄럽게 잘 들어갔다. 부인네들은 그가 만든 바늘을 애지중지 아꼈다.
이 제침공에게는 장안에서 소문난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보름달같이 훤하고 복스러운 얼굴에 마음씨 또한 고와 장안의 총각들이 모두 그녀를 연모하고 있었다. 한편 장안에서 제일 부자이며 높은 벼슬을 하는 집안에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 총각은 잘생긴 미남인 데다가 인품도 훌륭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였다.
어느날 바늘장수의 딸을 우연히 본 이 총각은 한눈에 반해버렸다. 총각은 시름에 빠져 있다가 결국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하고 바늘장수의 딸과 결혼하게 해달라고 간곡히 청하였다. 처음에는 가문의 수치라고 맹렬히 반대하던 부모도 아들의 상사병이 너무 깊어 하는 수 없이 허락하였다. 그리고 바늘장수의 딸에게 청혼했다. 그러나 바늘장수는 예상 밖으로, 한마디로 청혼을 거절하는 것이었다.
˝제 사위가 될 사람은 저 같은 신분이거나 제 직업을 깊이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저는 신분이나 돈 따위가 제 딸의 행복의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공손한 거절에, 청년의 부모는 청년에게 결혼을 단념하라고 했다. 그러나 청년은 그 처녀를 단념할 수가 없었다. 청년은 아무도 모르게 바늘을 만드는 기술을 연마하였다. 각고의 노력 끝에 청년은 훌륭한 바늘을 만드는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는 바늘장수 집 앞에서 ´내가 만든 바늘이 최고´라고 외치며 바늘을 팔기 시작하였다. 바늘장수는 자기보다 더 좋은 바늘을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바늘장수를 불렀다.
˝정말 가장 훌륭한 바늘인지 시험해보자!˝
바늘장수는 청년이 만든 바늘을 물 담은 바가지 속에 떨어뜨렸다. 바늘은 가라앉지 않고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바늘장수는 청년의 기술에 감탄하였다. 드디어 청년은 바늘장수 딸에게 청혼하였다. 바늘장수는 뒤 이을 젊은이를 만났다고 기뻐하면서 청년의 청혼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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