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겨울이 막 시작되던 이즈음 도봉산 기슭에서 한 소녀와 함께 첫눈을 맞이했습니다. 사랑하는 그 소녀와 첫눈이 덮인 보도블록을 밟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와 찐빵이 맛깔스럽게 진열된 분식집을 발견하고는 우린 빨려들 듯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전 그곳에서 그녀에게 고백했습니다.
“우리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해마다 첫눈이 올 때 너에게 만두를 사 줄게.” 그것이 제가 그녀에게 처음으로 한 청혼이었음을 그녀는 바로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몇 해 뒤 우리는 정말 약혼을 했습니다. 약혼하고 군에 입대해 있느라 떨어져 있던 2년을 빼고 저는 그녀에게 그 약속을 해마다 충실히 지켜 왔습니다.
지난해 첫눈이 내리던 날, 일을 마치고 나니 새벽 3시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꽤 멀리 떨어진 편의점에까지 가서 비록 포장된 만두였지만, 그걸 사 들고 가 잠든 아내의 머리맡에 살며시 놓아두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아내는 사랑스런 두 딸과 함께 만두를 먹으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어휴! 한 십오 년 동안 눈 올 때마다 만두를 먹었더니 이젠 지겨워!” 아내의 말에 결코 그렇지 않다고 항변하는 두 딸애를 보며, 이것이 작은 행복이라 여겨집니다. 저는 생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그 옛날 소녀와 했던 약속을 굳게 지키리라 다짐합니다. 빙판 위에서 새벽까지 운전을 하지만 그녀와 그녀를 닮은 예쁜 두 딸과 함께라면, 지금 이 순간도 가슴 벅찬 행복의 순간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올해는 첫눈이 언제 올지 정말 기다려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