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두드리는 밤바람 소리가 잠을 못 이루게 한다. 가랑잎이 쓸려가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강원도 두메에서 있었던 일들이 그리움으로 묻어온다.
싸릿가지로 엮은 울타리 너머 넓디넓은 자갈밭, 그 밑으로 깊이 패여 흐르는 강물이 푸르고, 물 속에 비친 산 그늘은 언제나 변화가 무쌍하였다.
부산에서 새벽버스를 타고 밤이 이슥하여야 닿을 수 있는 곳. 남편이 두 번째 전속해 간 곳이 강원도 화천군 부촌면 부촌리.
오래 머물러 있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곳이었다. 주민들의 대부분은 이동하는 부대를 따라다니는 철새라고 할지? 그들의 얼굴에는 이방인의 애수가 짙게 묻어 있었다. 처음 이사 와서는 낯선 곳에 정을 붙이려 애쓰고, 얼마만큼 생활의 때가 묻으면 또 단봇짐을 꾸려야 하는 유랑민의 서글픔 같은 것이 안개처럼 젖어 있는 마을이었다.
우리가 세든 방은 행랑채에 달린 방. 바닥이 울퉁불퉁 고르지 않고, 간단한 세간을 들여 놓고 둘이 누우면 발을 뻗을 수 조차 없었다. 다 찌그러진 쪽마루가 삐닥거렸다. 그런 방이었지만 나는 첫눈에 세들기로 결정하였다.
방문을 열면 한 눈에 들어오는 산과 강이 깊고, 안온한 생각들을 몰아와 내 사색의 뜰을 풍요롭게 할 것을 생각하니 그것만으로도 방세가 헐 했다. 아무튼 생활은 낭만이나 감상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은 깨달을 나이였는데 숫제 편리함을 외면한 것이다.
한 지붕 아래 다섯 가구가 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