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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북기 2020-03-28     조회 : 288




하느님을 만나고 싶어하는 한 어린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하느님이 살고 있는 곳까지 가려면 먼 여행이 필요하리란 걸 알았다.
그래서 소년은 초콜릿과 음료수 여섯 병을 배낭에 챙겨 들고 여행길에 나섰다.

네 거리를 세 개쯤 지났을 때 소년은 길에서 한 늙은 할머니를 만났다.
그녀는 우두커니 비둘기들을 바라보며 공원벤치에 앉아 있었다.

소년은 그 할머니 옆에 앉아서 가방을 열었다.
음료수를 꺼내 마시려다 말고 소년은 할머니가 배고파 보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초콜릿을 꺼내 그 할머니에게 주었다.

할머니는 고맙게 그것을 받아들고 소년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할머니의 미소가 너무도 아름다웠기 때문에 소년은 그 미소를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서
이번에는 할머니에게 음료수를 건네주었다.
할머니는 또다시 소년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소년은 매우 기뻤다.

그들은 그날 오후를 그렇게 먹고 마시고 미소 지으면서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그것밖에는 다른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날이 어두워지자 소년은 피곤함을 느꼈다.
그래서 집에 돌아가려고 배낭을 챙겨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몇 걸음 걸어가다 말고 소년은 뒤돌아 서서 그 부인에게로 달려와 그녀를 꼭 껴안아 주었다.
할머니는 소년에게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잠시 후 소년이 집안으로 들어오자
소년의 어머니가 소년의 얼굴에 나타난 행복한 표정을 보고 놀랐다.

어머니가 소년에게 물었다.
˝오늘 무엇을 했길래 넌 이렇게 행복해 보이니?˝
소년이 대답했다.
˝오늘 하느님과 함께 점심을 먹었어요.˝

엄마가 뭐라고 반응을 보이기 전에 소년이 덧붙였다.
˝엄마도 아세요? 하느님은 내가 여태껏 본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가졌다구요.˝


그러는 동안 그 할머니 역시 기쁨으로 빛나는 얼굴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의 아들이 그녀의 얼굴에 나타난 평화로운 표정을 보고 놀라서 물었다.
˝어머니, 오늘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렇게 행복한 표정이세요?˝
그녀가 대답했다.
˝나는 오늘 공원에서 하느님과 함께 초콜릿을 먹었단다.˝

아들이 뭐라고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그녀는 덧붙였다.
˝너도 아니? 그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젊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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