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에 가을을 타서 마실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직 향기 가시지 않은 은은함이어도 좋고 갈색빛 물든 쓸쓸한 빛깔이어도 좋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철들어 깊은 가을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가슴 속에 풍경화 하나 그리고 싶다.
차 한 잔에 가을을 타서 마실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맑은 아픔이 흐르는 잊혀진 시냇물의 이야기여도 좋고 지난 추억의 그림자 밟으며 함께 낙엽을 주어도 좋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떨어지는 낙엽 위에 그리움의 낙서를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그리하여 맑게 내 영혼의 그림자 씻어 그 쓸쓸한 뒷모습을 씻어 투명한 가을하늘에 밝은 코스모스 한 자락 피우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