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 당신은 혀끝을 녹이는 달콤함을 지니고 있다 오랜 목마름으로 바짝 말라버린 나무들처럼 작은 일에도 노여워하고 좌절했던 순간들이 한줄기 소낙비로 어느새 천사표가 되어 서로에게 환한 미소로 인사한다
여름비 당신은 두려움에 떨게하는 공포를 감추고 있다 오색의 우산들이 빗소리에 맞춰 왈츠를 추다가도 별안간 잿빛 어둠이 엄습해오고 뒤집혀버린 우산처럼 사람들은 태풍의 공포에 사로잡히고 만다
여름비 당신은 거센 바람으로 허둥지둥 집을 향해 종종걸음하는 나약한 인간앞에서 가장 강한 카리스마의 얼굴이 된다 달콤함과 스릴을 맛본 사람들의 알수없는 표정들이 여름풍경이 된다
지금은 가장 여린 얼굴로 부슬부슬 미소짓고 있는 오후 이 빗속에 화려한 우산을 쓰고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당신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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