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말

-마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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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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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하지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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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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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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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로 살 건가

가끔 바로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이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