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이 오면 아름다운 서정시 한 편 쓰리라
바라보기도 눈부신 좋은 날이 마침내 오기만 하면
네맘 내 맘 모두 출렁이는 강물이 되는
기쁜 서정시 한편 쓰고야 말리라
그때가 되면, 끝없는 회의의 글을 읽고
번민의 숟가락 들지 않아도 되리라
피 노호 상처 고통을 맑은 물에 휑궈
얼굴 맑은 누이 이름처럼 불러도 되리라
금빛 날을 짜서 만든 찬란한 한낮처럼
오래가는 메아리처럼 즐거운 추억처럼
루비 호박 에메랄드 사파이어처럼
잠을 밀어내는 젊은 날의 약속처럼
아, 좋은 날이 오면 잊었던 노래 한 구절
들 가운데서 불러보리라
이름 부르기조차 설레는 좋은 날이
대문과 지붕 위에 빛으로 덮이기만 하면
* 이기철 「노래마다 눈물이 묻어있다」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