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일 뉴스 헤드 라인을 장식하는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 전세계 사람들의 관심, 그것도 우려 섞인 시선을 받게 된 데에는 분명 그들의 자만심이 깔려 있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자국 시장의 보호를 받으면서 안일한 차 만들기를 해 온 결과일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호황을 누릴 줄 알았던 미국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미국 업체들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고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늘 시승하는 컴패스의 경우도 크라이슬러가 크로스오버 비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06년에 내놓은 모델이다. 2006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크라이슬러는 컴패스와 커맨더, 아스펜 등을 한번에 내놓으면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특지고 말았다를 뒷바퀴로 보낸다. 끝없이 쭉 뻗은 도로, 부담되지 않은 기름값, 주차난이라고는 평생 한번도 겪지 않아도 되는 넓은 땅덩어리 속에서 그들은 연비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고 차체 강성이나 노면 상태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었다.
더더욱이 편의사양 같은 것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언제까지 호황을 누릴 줄 알았던 미국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미국 업체들은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고 전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늘 시승하는 컴패스의 경우도 크라이슬러가 크로스오버 비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06년에 내놓은 모델이다. 2006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크라이슬러는 컴패스와 커맨더, 아스펜 등을 한번에 내놓으면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컴패스는 지프라는 오프로더의 전통을 벗어 던지고 컴팩트하면서도 실용성 넘치는 재기발랄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힘을 기울였던 것이다. 뒤늦은 움직임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발상전환은 굳어져 있던 지프의 고정관념을 뒤엎고 다른 방향으로의 발전을 도모해 볼 수 있는 돌파구 역할이 되어 주었다. 실제로 한국에 상륙한 이후 훌륭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섭섭할 정도도 아닌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지프 컴패스의 이어 모델을 시승했다. 파워 트레인 부분은 크게 바뀐 점은 없는 대신 연비 관련 고객 불만에 좀 더 귀를 기울였고 차 안에서 또는 차를 이용한 라이프 스타일에 도움을 주고자 오디오 시스템 등에 섬세한 손길을 더했다.
겉모습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 둥근 헤드 램프, 7개의 긴 슬롯으로 이루어진 라디에이터 그릴, 박스형에 가까운 보디 라인전형적인 컴팩트 SUV를 연상케 하는 뒷모습 등. 대신 인테리어 부분에서 고급성을 더했다. 이전 컴패스에 대해 고급성이 떨어지는 인테리어 재질에 대한 지적을 받아들였는지 에어벤트, 글로브박스 수납함, 오디오 컨트롤 스위치, 인스트루먼트 패널 등에 다양한 크롬 액센트가 더해졌다. 이로 인해 전체 블랙톤을 보여주는 인테리어 디자인이 한결 밝아진 느낌이다. 대시보드나 트렁크 바닥, 도어 트림의 암레스트도 보다 중량감이 느껴지는 소재를 사용한 점도 눈에 띈다. 시야가 좋은 점도 컴패스의 장점 중 하나다.
같은 프레임을 사용하는 닷지 캘리버보다 시트가 높고, 앞쪽으로 위치해 있다. 덕분에 위화감 없는 높이에서 아래로 굽어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헤드 레스트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은 여성 오너를 위한 배려인 듯 싶기는 한데 그저 불편하다. 뒷좌석의 등받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점은 칭찬 받을만하다. 트렁크는 테일 게이트가 활짝 열리고 윗부분 커버를 걷어내지 않아도 340리터까지 짐을 실을 수 있다. 2열 시트를 접고 조수석까지 접으면 2.5m의 긴 짐을 거뜬히 싣고 1,519리터로 트렁크 용량이 늘어난다. 휠하우스 쪽으로 수납공간을 따로 마련해놓은 점도 편하게 쓸 수 있도록 배려한 점.
이처럼 컴패스는 실용성과 편의성 위주로 자투리 공간은 남김없이 구멍을 뚫어 수납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다. 센터 암레스트의 수납 공간이 2단 수납함을 포함한 슬라이딩 타입으로 변경되었을 뿐 아니라, 센터페시아 하단에도 이것 저것을 넣어두기 편한 수납공간을 준비해 놓았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가장 편하고, 손쉽게 그러면서도 완벽하게 사로잡는 법은 오디오 시스템에 대한 투자다. 멀티 미디어 기기의 발달로 인해 소비자들은 차 안에서도 컴퓨터나 집 안 응접실에 듣는 퀄리티 높은 사운드를 즐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사운드도 중요하지만 편의성도 좋아야 하는 것이 최신 트렌드다. 한때 CD 체인저나 DVD 체인저가 고급사양으로 여겨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트렁크를 열고 6장의 CD를 일일이 꽂다 보면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고 이어 CD 체인저는 글로브 박스로 들어왔지만 이 또한 공간을 차지하면서 유용하게 사용하지 못해 어느 사이엔가 사라지고 말았다. 대신 하드 타입이나 헤드 유닛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이 대중화 되었다. 컴패스의 오디오 시스템은 보스턴 어쿠스틱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에는 6개의 스피커와 1개의 서브 우퍼가 기본으로 장착되며, 테일 게이트 안쪽에서 내려오는 2개의 뮤직게이트 스윙다운 스피커가 추가되어 모두 9개의 스피커가 장착된다.
6매 DVD/CD/MP3 플레이어를 바탕으로 6개의 스피커와 2개의 스윙다운 스피커를 위해 386W 출력의 8채널 디지털 앰프가, 서브 우퍼를 위해 2채널 90W 앰프가 별도로 장착되어 강력한 파워를 자랑한다. 홈 오디오의 명가인 보스턴 어쿠스틱스는 솔직하고 직선적인 사운드가 특징이며, 2개의 앰프가 발휘하는 출력은 무려 458W나 된다. 이러한 신형 컴패스의 오디오는 블루투스 핸즈프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유커넥트 시스템이 옵션으로 선택 가능하다.
눈길을 끄는 것은 스윙다운 스피커다. 테일 게이트를 열고 스피커를 내리면 야외 활동을 할 때 콘서트 홀이 부럽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 가족 나들이를 나서거나 오토 캠핑에서 분위기를 띄우는데 제격이다. 다양한 수납공간이나 스윙다운 스피커를 구경하면서 꽤 많은 시간을 차를 살펴 본 다음에 운전석에 앉아서 시동을 걸었다. 정숙성에 있어서 이 정도는 합격점을 받을만하다. 액셀러레이터의 반응은 평균적이다. 가볍지만 차체를 재빠르게 움직여주는 편은 아니다. 승차감은 온로드 중심인 만큼 다분히 세단의 느낌이 짙다. 서스펜션 세팅을 부드럽게 했지만 충격에 출렁거리는 미국차 전형적인 느낌은 아니다. 핸들링도 나쁘지 않다. 가변식 풀리 시스템을 사용한 컴패스의 CVT는 수동 모드에서는 빠르고 매끄럽게 변속된다.
컴패스는 전자식 AWD 시스템인 프리덤 드라이브 I을 사용한다. 앞바퀴굴림 플랫폼을 쓰는 소형 SUV에 들어가는 프리덤 드라이브는 평상시에는 앞바퀴를 굴리다가 뒷바퀴에서 슬립이 일어나면 순간적으로 뒷바퀴에 90%까지 토크를 배분한다. 또 ‘4WD 록’ 모드를 갖추고 있다. 어느 속도에서나 빗길:눈길을 만났을 때 레버를 당기는 것만으로도 앞뒤 바퀴의 토크를 50:50으로 배분할 수 있다. 눈과 모래 같은 악조건 탈출을 위한 디퍼렌셜 록은 도시형 네바퀴굴림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능이지만 지프 컴패스에는 기본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출력이 앞바퀴에만 전달되지만, 바퀴의 미끄러짐이 감지되는 순간 리어 디퍼렌셜 안의 전자제어식 클러치를 통해 토크를 뒷바퀴로 보내기 시작한다. 바퀴의 속도와 코너링 각도, 회전 손실률을 수집하는 제어모듈을 통해 결정되며, 최대 60%를 뒷바퀴로 보낸다. 전자제어식 토크 배분장치의 이점은 구동마찰 저감에 의한 연비 향상이다. 무조건 전후 50:50의 토크가 필요한 상황이면 변속레버 뒤쪽 4륜 레버를 잡아당기는 것으로 전자제어 기능은 꺼지고, 리어 디퍼렌셜로의 동력 배분이 이루어진다. 온/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 신뢰도 높은 주행이 가능한 것이다.
최근의 경제 상황이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 자동차 가격을 생각한다면 새차를 구입하는 것이 어쩌면 바보 같은 일일지도 모르지만 대체 수요는 분명히 있고 지금과 같은 상황이 차를 사는 최적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컴패스의 가격은 눈이 번쩍 뜨일만하다. 2,990만원! 3,000만원 미만의 수입차가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울 수도 있다. 이전 컴패스의 단점 중 하나였던 연비도 개선했다고 한다. 강화되는 배출가스 기준에 맞추면서 엔진 제어 시스템을 개선해 연비를 10.0km/ℓ로 향상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주유소를 가는 횟수는 줄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2,990만원이라는 가격이 주는 메리트가 더 크게 와닿는 것은 컴패스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