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엄마들도 모두들 한번씩은 꼭 쓰는 출산 후기
나도 나날이 감퇴하고 있는 나의 기억력 때문에 출산 후기 좀 적어보려고 한다.
날짜: 2010.11.19
시간 AM 08 :31
병원 : 서울 아산 병원 - 원혜성 교수님
척수마취, 제왕절개 수술
재태연령 39+4주 몸무게3.55kg AS9-10
애기 낳기 전날 까지도 당직을 섰던 나에게 우아한 출산은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았던 듯..
산달이 다 되어서 진료받으러 가도 별 말씀이 없으신 교수님...
워낙 전국적으로 산모들에게 인기가 좋고 바쁜 교수님이라 궁금한 것이 있어도 여쭤볼 시간도 없었고
나름 나도 의사니까 설명안해줘도 대강 다 알려니 생각하고 계실 것 같아 여쭤보지 못했다.
임신 기간 내내 임신성 당뇨가 의심 될 정도로 애기가 크고 특히 머리가 크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자연분만이 가능한지라도 여쭤보고 싶었으나
그것은 아무리 유능한 교수님이라도 어느정도 하늘에 뜻에 달린 일이라
(가끔 5kg 넘는 아기를 자연 분만 하는 엄마들도 종종 있다.)
나도 마음을 비우고 기다릴 뿐이었다.
드디어 예정일을 일주일 앞두고 진료를 받으러 간날
대뜸 자연분만은 어렵겠으니 수술해야 한다고 입원하라고 하신다.
만삭의 몸으로 꾸역꾸역 당직까지 서가며 일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나도 빨리 아기를 낳고 싶긴 했으나 이렇게까지 갑자기 입원하라고 하시다니 ㅠ.ㅠ
그동안 고위험 분만을 자주 봐와서 자연분만 하다가 엄마와 아기가 위험해지는 상황을 종종 봐온지라
교수님이 수술하라고 하시면 고민 않하고 수술할 생각이기는 했지만
기왕 수술하면 남들은 좋은 시간, 좋은 날 잡아서 하는데
그런건 기독교인 남편이 싫어해서 못하고
그냥 이렇게 얼떨결에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다.
드디어 마지막 당직을 서고
집에 가서 짐을 챙기고 ( 챙긴다기 보다 남편이 챙겨둔 출산 가방을 그대로 들고만 옴 ㅋㅋ)
병원에 입원함
집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병원이지만 환자로써 입원하니 느낌이 색달랐다.
수술하기 전날 침대에 누워서 우주아빠랑 이렇구 저렇구 수다 떤거 같은데
무슨 이야기 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아마도 그동안 임신기간 동안 고생많았다고 나의 노고를 치하하는 이야기 였던 듯...
정말 힘들긴 힘들었다.
초반엔 입덧 때문에 하루에도 열번씩 토하고 한달만에 3kg 빠졌고
이후에는 무거운 몸으로 응급실 나이트 근무에 당직에 일하느라 힘들었고
정말 이러다 죽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힘든 순간이 많이 있었다.
마지막 9개월 째 울산 파견 갔을때는 서울로 복귀해야 하는데
자궁수축이 보인다며 산부인과 선생님이 진단서 안써줘서 비행기도 못탈 번 했다.
항공사 직원들도 남산만한 내 배를 보며 나보다 더 불안해 했었고 ㅋㅋ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해서 제대로 된 태교는 커녕
늘 퇴근 후 남편에게 병원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이야기 하느라 우리 남편 귀에 딱지가 앉았을 듯....
남편도 나 위로해주느라 고생이 많았어요^^
다음 임신때는 우아하게 태교도 하고 임산부 요가도 하면서 지내리라!!
담날 아침!! 드뎌 11/19 아침 8:30 첫 수술
한동안 샤워를 못한 다기에 아침부터 일어나서 머리를 감았다.
저 휠체어를 타고 수술장으로 들어갔고
수술장엔 자주 보던 익숙한 산부인과 선생님들과 심지어 인턴 쌤까지 같이 응급실에서 근무했던 사이라 모두 친근했고
마취과 선생님이 척수마취를 한방에 깔끔하게 해주셔서 금방 하지의 감각이 없어지고 잠시 후 수술이 시작되었다.
역시 speedy 하면서 정확한 원혜성 선생님
수술시작한지 정말 1분만에 우리 우주를 꺼내 보여주셨다.
짜식이 양수로 가글하면서 울어대는 소리가 우렁찼다.
midazolam 한방 주셨는지 이후에 나는 잠에 들었고 회복실을 잠깐 거친 후 병실에 올라갔는데
다들 신생아실에 다닥다닥 붙어 우주 구경하느라 난 빈 병실에서 혼자 있었음 ㅠ.ㅠ
잠시 후 가족들이 우주를 데리고 옴
첨에 분만장에서 나왔을때 사진
양수로 가글을 많이 하시더니만 moaning sound 가 있어 ICS에서 잠시 observation 당한 후
요렇게 신생아용 바구니 담겨 가족들 품으로 ㅋㅋ
귀요미야
이 험한 세상에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