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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드라마틱 출산후기
게놈프로젝트 2012-02-29     조회 : 14035

기쁨이가 태어난지 5일이 되던 지난 15일.

남편의 폭풍 웹서핑으로 겨우겨우 가까운 소아과를 찾아내서 병원에 함께 다녀왔다.

여긴 아기가 태어난 후 병원에서 퇴원하면 일주일안에 무조건 소아과검진을 받아야하기에

회복도 안된 몸을 이끌고, 눈도 겨우 뜰랑말랑하는 기쁨이를 데리고 비워진 배와 함께;; 첨으로 외출을 했다.

돌아와서는 기절했지만 ㅋ

 

다행히 기쁨이는 너무너무 잘 크고 있고 아주아주 건강하다고 한다.

그것만큼 기쁜일이 어딨으랴~!! ^^

 

 

 

많이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있고.. 또 까먹을꺼 같기도 해서 -.-;; 

(정말 금방 잊어먹나보다.. 누가 둘째낳을꺼냐 물어봤는데 고민도 않고 yes라 대답했다는;;;;;)

기쁨이랑 친정엄마 재워놓고 ㅋㅋ 잠시 노트북을 열었다.

(밤에는 엄마가 기쁨이를 데리고 주무시기땜에 느무느무 잘 자고 있다 ㅎㅎ)

- 결국 이 포스팅을 완성하기까지는 4일이 걸렸지만 ㅋ

 

 

 

잊지못할 2011년 11월. 어찌 우리 잊으랴 그날을 -.-b

 

 

9일 저녁.. 유도분만을 위해 저녁 6시에 입원을 했다.

입원수속을 밟고 곧바로 개인 분만실로 고고-

일단 남편은 waiting room에서 기다리고 나 혼자 들어오란다.

분만용 옷으로 갈아입고 이것저것 개인 정보들을 물어왔다.

개인정보라하믄.. 첫애인지 둘째인지, 남편모르는 임신 경험이 없는지 ㅋㅋ..

약을 먹은건 없는지.. 임신중 어떤 검사들을 받았는지 등등..

난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게 물어봤다. 왜 남편은 못들어오게 하나요?? (해맑해맑)

그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라나 ㅋ 남편이 모르는 여자의 과거가 분만실에서 들통나기는 좀 그렇다는거 ㅋ

뭐 어쨌거나 지혜로운 방법이긴 하다.

한국에서도 그러겠지? ㅎㅎ

 

 

어쨌거나 개인정보심문이 끝난후 남편이 들어왔다.

곧이어 나의 주치의 닥터가 들어왔고.. 곧바로 유도분만이 시작되었다.

자궁입구에 실같은 무언가를 집어넣어서 서서히 진통이 오게 만드는 것.

물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내 팔에는 각종 장비(?)들을 꽂을수 있도록 무언가를 달아놓은 상태였다;;

 

그 실같은 걸 집어넣고 두시간 정도는 가만히 누워만 있으란다.

두시간 이후가 되자 이제 걸어도 된다고.. 병실을 좀 걸어다니라고 했다.

한 5분쯤 움직였나?..

더이상 걸을수가 없었다.

진통이 시작된 것.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게 진통이구나 서서히 느끼고 있었고.. <아프면 무통 놔달라고 하세요>라는 닥터말이 있었지만

왠지 무통이란건 죽을만큼 힘든 담에 맞는거라 생각했기에 무작정 참았다.

하긴.. 그때까지는 참을 수 있었으니까..

 

그러고 한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난 극심한 고통으로 참을 수 없는 지경에까지 갔다.

닥터가 들어오고 내 상황을 여기저기 체크하더니 갑자기 주위상황이 분주해진걸 느꼈다.

팔에 꽂아놓은 곳으로 뭔가 투여하기 시작-

남편이 옆에서 그게 뭐냐고 물어보니 <몰핀>이란다.

몰핀이라하믄.. 마약 -.-;;;;; 물론.. 진통제로 한국에서도 쓰겠지만

그걸 진통제가 아닌 <몰핀>이라는 생생한;; 영어로 들으니 갑자기 오싹했다;;;

몰핀투여와 동시에 내 입에는 산소호흡기가 씌워졌다.

그 실같은 유도분만촉진제가 내 몸상태에 버거웠던 것.

그래서 내 몸에 산소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나는 기쁨이가 태어난 다음날까지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었다)

남편도 너무 놀랬고 난 순간적으로 <나 죽는건가?>라는 생각까지 했다 후덜덜;;

 

 

몰핀이 투여되고.. 산소호흡기까지 동원되었지만..

결국은 그 실같은 촉진제를 제거해야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유도분만하다가 내가 위험할수도 있었기에.

 

 

 

다음날 아침.

더 강한 약물을 투여해서 자궁문을 열어야하는 날-

그때까지도 난.. 그래도 모든게 잘 진행되고 있으려니 했다.

아침 7시에 시작한다고 들었는데 새벽 5시에 내 주치의 닥터가 들어왔다.

자궁이 하나도 안열렸다는 암울한 소식과 함께 ㅜㅜ...

 

 

그래서 다른 방법을 써야한단다.

무슨 벌룬?이란걸 자궁입구에 집어넣어서 풍선처럼 부풀려 자궁을 여는 방법이란다.

근데.. 그건 무통을 안맞고 하면 산모가 거의 죽는다고 ㅜㅜ...

너무 자궁이 안열려서 새벽같이 작업?이 시작되었고.. 결국 무통을 허리에 꽂아놓고 계속 투여하며 해야한다고 했다.

 

무통바늘이 얼마나 두꺼운지 일찌감치 들었지만.. (물론 내 등뒤에서 일어난 일이라 난 모른다만)

남편은 표정관리 하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젓가락만한 바늘을 내 등에 꽂는데 바늘이 들어가는 순간 내가 볼수없는 뒷쪽엔 피가 장난이 아니었다고 한다.

보는 사람이 더 힘들었다고 ㅜㅜ

 

일단 무통주사 놓으시는 분이 무지무지 카리스마있고 전문가스럽게 생겨서 남편은 다른 걱정은 안했다고 하지만

무섭긴 상당히 무서웠다고 했다.

 

 

무통의 거사;;가 끝난후 벌룬이라는 장치가 자궁입구에 설치 -.- 되었는데..

난 말로 듣고 무통뒤에 일어난 일이라 그냥 그런가부다 했지만 보는 남편은 정말 무섭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고 한다.

벌룬-이라는 동화스러운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았단다 -.-;;;;;;;;

 

 

어쨌거나 그 벌룬으로 자궁문이 열렸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래도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 ㅜㅜ...

벌룬이 들어간 상태에서 더 독하고 강한 유도분만촉진제가 내 팔로 투여되기 시작했다.

계속 등 뒤로는 무통주사의 약물이 들어왔지만

얼마나 고통이 심한지 10분간격으로 투여되는 그 양으로는 견딜수가 없었다.

난 죽을힘을 다해 참다가 (무통을 더 강하게 해주세요-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무서웠다 ㅜㅜ)

결국은 속에 담긴 눈물을 토해내며 미친듯이 엉엉 울었다...

 

 

그렇게 6시간쯤 지났을까.

자궁문이 4cm열렸단다. 곧 열릴꺼라 했다. 아니 <아기 곧 나옵니다>라고 정확히 얘기했다.

그때 남편은 식사하러 갔고.. 주치의 닥터는 남편 빨리 오라고 하세요- 했다.

밥먹다가 내 문자받고 달려온 남편.

이제 드디어 기쁨이를 만나나부다... 그 고통속에서도 기대감에 가슴벅찼다 ㅜㅜ

 

남편도 약간 상기된 얼굴로 헐레벌떡 뛰어왔다.

아.. 이제 끝이 보이는구나 싶었다.

 

그러고 나서 한시간 뒤..6cm가 열렸다고 했다.

참을수 있을것 같았다. 이제 기쁨이를 만날 수 있으니까.

 

 

그후 2시간..3시간.. 4시간...

더이상 자궁문이 열리지 않았다.

아무리 약물을 더 많이 투여해도.. 열리지 않았다.

미국은 왠만해선 수술안하기땜에 한시간만 더 기다려보자-라는 말을 계속했다.

 

그러다 너무 시간이 지체되니 양수를 터트리겠다고 했다.

그러면 좀 진행이 빨라진다고.

그 고통중에 있는 내 배를 닥터가 체중을 실어 눌렀다 ㅜㅜ

그렇게 양수를 빼고 배가 홀쭉해졌지만.. 진행이 되지 않았다.

뱃속에서 힘들어할 기쁨이가 걱정되었다. 맘이 너무 아팠다 ㅜㅜ...

감사하게도 기쁨이 컨디션은 괜찮다했지만.. 몸보다 맘이 더 힘들었다...

 

 

그렇게 6cm가 열린채로 6시간 넘게 있었다..

무통을 뚫고 들어오는 고통이란게 얼마나 극심한지.. 아직도 몸서리쳐진다.

 

무통을 10분간격으로 하다가 더 많은 양을 투여하고 더 자주 투여했지만

내 고통이 없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미국의사들은 왜그리 느려터졌나..ㅜ 난 아파서 죽겠는데 정말 미쳐버리겠는데

한번 부르면 급하게 오지도 않는다 ㅜㅜ

 

그 고통속에서..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장난 아닌 통증으로 힘든데.. 일어나서 움직여보란다.

그러면 좀더 진행이 될수도 있다고;;

울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시키는대로 했지만..

우리 기쁨이는 도저히 나올생각이 없는지 자궁입구까지 머리가 내려와 있었는데 다시 올라가버렸고

급기야 가로로 누워버렸다는 절망적인 소식까지 ㅜㅜ

 

 

별의 별 짓;;;을 다해도 내 자궁문은 6cm에서 더이상 열리지 않았다..

만약.. 거기서부터 두시간뒤 <1cm 열렸어요>라고 해도 더이상은 내 체력이 버틸수가 없는 상태였고

그렇게 시간을 더 끈다면 마지막 힘을 써야할 순간에 힘을 쓸수도 없을 것 같았다.

(유도분만을 하면 입원하는 순간부터 산모를 굶긴다. 아주 암울;;;;)

 

 

진통을 시작한지 24시간이 지났다.

드디어 의사가 포기를 해 주었다 ㅜㅜ..

 

이젠 산모도 위험하고 아기도 양수가 없어서 안된다고..

수술이 결정되었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침대에서 눈물이 어찌나 나던지.. 왠지 모르게 패배자 같은 맘이 들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수술이 나쁜 것도 아닌데..

그냥 눈물이 마구 쏟아졌다.. 기쁨이에게도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수술실로 들어간 후.. 이미 하반신은 마취가 되고 있어서 (분만실에서 나오는 길에 이미 마취약을 투여한 모양;;) 감각이 없었지만

부분마취라 정신은 아주 말짱-했다.

한국병원과 달랐던 건.. 수술실이 분위기가 아주아주 유쾌하다는 것..

이것도 또하나의 출산임을.. 그래서 축제분위기여야한다고 그들은 생각하는 것 같았다.

우는 날 보면서 왜 슬퍼하냐고 오늘 너의 베이비가 태어나는 날이라고 했다.

 

또하나 다른 건.. 수술실에 남편이 함께 들어간다.

부분마취라.. 의식이 깨어있는 내 옆에는 남편이 손잡고 함께 있을수 있고..

그 덕에 두려움이 조금 줄어들었던 것 같다.

남편 손잡고 기쁨이의 울음소리를 기다렸다.

얼마나 분위기가 경쾌하던지.. 정말 아주 유쾌하게 미국의사들은 기쁨이의 탄생을 축하해주는 것 같았다.

"응애~응애~"

기쁨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던 그때.. 눈물이 와르륵 쏟아졌다.

우리 기쁨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구나..

남편이 먼저 기쁨이를 봤고.. 이내 곧 내게도 기쁨이 얼굴을 보여주었다.

기뻤다.. 목이 잠기고 힘이란 힘은 다 빠져버렸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기쁨이 마구마구 솟구쳤다.

 

수술 후처치가 끝나고 침대에 실려서 회복실로 가는 동안

많은 간호사들과 사람들이 축하해주었다.

패배자같은 내 마음이.. 그들의 축하덕에 많이 괜찮아졌다...

 

 

 

 

24시간의 진통.. 그리고 결국 수술..

최악의 시나리오로 갔지만.. 기쁨이와 내가 건강하게 만난 것에 감사한다.

셋이서 함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감사했다.

 

미국은 입원실인 동시에 분만실이다.

처음 입원하면 이런 주렁주렁 기계들이 달린 개인방에 있게 되는데

아이를 낳고 2시간까지 여기 있게 된다고 한다.

 

정상분만이면 2일, 수술을 하면 4일을 입원하게 된다.

 

 

다른 병원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아이를 낳고는 2인실로 옮겨간다.

난 운좋게 첫날 저녁에만 다른 어떤 사람과 함께 쓰고 계속 혼자 있다가 퇴원하는 날 새벽에 옆자리가 채워졌다.

객관적으로 보면 모든게 참 편하고 한국의 산후조리원같다-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치명적인 흠이 있다면 식사문제 -.-;;;;

정말 미국스럽게 식사가 나오기때문에 난 거의 4일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ㅜㅜ...

아침식사를 예로 들자면 커피와 바나나, 시리얼, 빵, 쥬스.. 이렇게 나온다. 이게 진정 산모의 식사 -.-

시어머니가 딱 한번 미역국을 끓여오셨지만 음식을 데울수도 없기땜에 찬 미역국을 먹었고;;

그것조차 하루가 지나니 상해서 못먹게 되었다.

나도 그랬지만 일주일 내내 함께 있던 남편도 제대로 못먹었다 ㅜㅜ..

 

 

한국인 간호사를 붙여주었다.

아기를 낳으면 무조건 쉬어야하고 편해야하는데 영어땜에 이중스트레스 받지말아야한다며 --b

그 병원은 한국인산모가 10%도 채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 한국인 간호사도 우리가 반가웠는지 여러가지로 참 잘 챙겨주셨다.

 

 

그래도 둘째는 한국에서 낳고 싶다.

문화가 다르고.. 단지 산모가 필요로 하는 물품을 채워주는 것으로 서포트가 되지 않기때문에-

난 여러가지로 참 불편했다.

아이를 낳고 쉬어야하는 그 순간에도 잘 쉬지 못해서- 그 문화가 다른 병원이 불편해서..

남들은 애 낳으면 애 몸무게 만큼만 빠진다는데 난 8kg가 빠졌다;;;

아주아주 독한 유도분만촉진제덕에 다리와 발이 너무 부어서(난 임신하고는 하나도 안부었는데 ㅜ)

무릎을 굽힐수도 없었고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엄마가 오신뒤에 쏙-빠졌지만 첨에 엄마가 보고 가슴아파하셨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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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임신  #출산  #출산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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