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봄,부산 송정 앞바다. 주목받는 신인연기자이던 그는 당시 신인으로는 파격적인 개런티 100만원을 받으며 코카콜라의 모델이 되었다(사진). 탁월한 변신과 일상의 삶이 묻어나는 공감가는 캐릭터로 끊임없는 즐거움을 안겨다 준 우리 시대의 배우 박원숙.

그의 연기는 1970년 MBC 2기 공채 탤런트로 시작되었다. ‘아줌마2,궁녀1,회사원A…’. 이름도 없는 단역배우를 수년째 맡으면서 웃음을 잃지 않던 쾌활 그 자체의 천성은 그를 오늘의 대배우로 만든 밑천이었다. 박원숙은 코카콜라 모델이 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해 1974년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수선화’에 올드미스 미스민 역할을 맡으면서 인기배우 반열에 올랐다. 극중에서 김자옥과 함께 간호사 역을 맡은 박원숙은 똑부러지고 의리있는 캐릭터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는 드라마 ‘한지붕 세가족’을 통해 도시 서민들의 군상 속에 그야말로 인간적인 냄새로 가득한 ‘순돌엄마’ 역을 멋드러지게 표현했다. 86년 11월9일 첫선을 보여 94년 11월13일 막을 내리기까지 ‘한지붕 세가족’에서 박원숙은 소박하고 순진한,더러는 능청스러운 코믹연기와 잔잔한 일상성으로 그의 진가를 우리들에게 각인시켰다.

이후 ‘토지’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별은 내가슴에’ 등에서 맛깔스런 연기력을 선보였고 1998년 MBC ‘그대 그리고 나’ ‘보고 또 보고’ ‘장미와 콩나물’로 연기의 지평을 넓혀 MBC 연기대상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쉰일곱이라는 나이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박원숙은 그동안 건강을 중요시하지 않은 자신을 자책했다. “건강은 연기자로서의 기본입니다. 내 자신과 나를 바라보는 팬들을 위한 자세이기도 하지요.”

그는 23일 ‘박원숙의 메디컬 피트니스-대한민국 파이팅’이란 비디오를 출시할 예정이다. 자기관리에 한 치에 소홀함도 없는 그녀를 보면서 우리시대의 배우라는 타이틀은 결코 우연과 행운으로 가져다주지 않음을 말없이 가르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