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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새' 김보라 감독 "포스트 봉준호? 기대 너무 많을까 걱정"
sarang mom 2019-09-06     조회 : 232

지난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NETPAC Award)을 수상, 그해 최고 화제작 중 하나였던 영화 '벌새'는 1년간 전세계에 소개됐다. 성과는 놀랍다. 베를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트라이베카영화제, 시애틀국제영화제, 이스탄불국제영화제 등 해외 15개 유명 영화제에서 25개의 상을 받았다.

여러 여성 거장들의 찬사도 있었다.뉴질랜드 출신의 세계적 감독 제인 캠피온은 '벌새'에 대해 "부드럽고, 아프고, 현명하며 끝내 희망적인 영화, 놀라운 정도로 섬세하며 매우 성숙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케빈에 대하여'의 린 램지 감독은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어린 소녀를 섬세함, 아름다움, 감정적인 충격과 기술로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라고 호평했다.

1994년, 대한민국에 살았던 한 중학생 소녀 은희(박지후 분)의 일상을 그린 이 작은 영화는 어떻게 한국을 넘어 다른 인종과 다른 문화권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을까. 개봉 전 만난 김보라 감독(38)은 이 영화가 "보편적인 사람의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감독 자신의 이야기에서 시작했지만 '벌새'에는 인간이라면 누구에나 있는 시기, 누구나 느낄만한 감정 등이 담긴 것이다.

"영화를 보고 은희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가 은희 같았다는 분이 많아요.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관객들도 그렇게 느끼더라고요. 그래서 '벌새'가 더 이상 내 이야기라고 생각이 안 들고, 보편적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고 느껴져요. 시작은 개인적 경험이었지만, 초고가 나오고 나서는 몇년간 쭉 탄탄한 내러티브 극영화를 만드는 데 주력해서 더 그래요."

시작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영화학과 유학 때 꾼 꿈이었다. 갑자기 맞닥뜨리게 된 낯선 환경, 중학교 3학년으로 돌아가는 꿈을 꿨다. 아마도 무의식이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시간을 소환한 것은 아니었을까.

"처음 미국에 살아본 경험이에요. 여행도 해본 적 없이 갔다가 언어도 어려웠고, 뿌리가 뽑힌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 불안한 마음 상태에서 중학교 3학년을 다시 다니는 꿈을 꿨어요. 그러면서 그 시기에 나에게 풀리지 않은 숙제들이 있나 보다 하는 성찰을 하게 됐죠. 그 때의 감정들, 나에게 서러운 일들, 기억에 남는 일을 적어가기 시작했어요."

일기처럼 조각조각 자신의 유년 시절의 이야기를 쓰던 김 감독은 그때의 기록을 가지고 28분짜리 단편 '리코더 시험'(2011)을 만들었다. 그때 주인공 초등학생의 이름도 '벌새'의 주인공과 같은 은희였다. 좋은 반응이 쏟아졌고 "은희는 어떻게 됐을까?"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다시 중학생이 된 은희의 이야기로 장편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것이 2012년이다.

"7년이 걸렸어요. 물론 영화 준비만 했던 건 아니에요. 강의를 하면서 돈을 벌며 생활을 꾸렸고, 촬영을 하게 됐을 때쯤부터 '벌새'에 매진했죠. 제작비를 모은다든가 적절한 스태프를 구성하는 것, 저예산 영화로 갖는 한계들 때문에 많이 어려웠어요. 제일 어려웠던 건 기다리는 거였어요. 열심히 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니까. 여러가지 경우의 수와 제약이 있으니까. 그래서 자기 불신이 생길 때도 있었고요. 스스로를 믿는 게 중요했던 것 같아요."

선진국을 향한 꿈에 부푼 사람들이 살던 1994년. 북한에선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고, 서울에서는 성수대교가 무너졌다. 같은 해를 살았던 중학생 은희는 남자친구의 배신에 상처받고, 오빠와 싸우다 맞고 이른바 'X동생'과 함께 좀 노는 아이들이 간다는 노래방에서 노래를 불렀다.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주는 영지 선생님(김새벽 분)에게는 책을 선물한다.

"그 시대의 공기를 통해 현재를 들여다 보고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90년대적인 어떤 것들, 시대의 억압, 가부장제, 첨예한 차별, 일상적으로 느꼈었던, 사람과 사람을 비교하고 본질로 대하지 않는 것들, 국가가 성장하고자 과도하게 달렸던 그런 시기들을 애도하고 싶어서 그 시대의 이야기를 했어야 했죠. 그 시대를 살았던 분들, 이 시대에도 그 시대처럼 억압을 경험하는 분들에게 어떤 식의 위로와 치유, 애도가 됐으면 좋겠어요."

영화는 1994년, 여전히 사회에 남아있는 '근현대적' 폭력성을 무심한듯,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대학에 가야만 인간 취급을 해주고, 수업 전 쪽지를 돌리며 '날라리'의 이름을 2명씩 적어 내라는 선생님, 큰 죄책감 없이 딸이나 여동생을 때리는 아빠와 오빠, 그리고 "너도 맞았냐"며 서로를 위로하는 두 아이의 모습까지. 그때는 당연했지만 지금은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그리며 낯설음을 자아낸다. 그 속에서 '외로운' 은희는 벌새처럼 분주하게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영지 선생님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찾아간다.

"그때는 폭력이 일상이고 체벌도 많았어요. 선생님들이 발로 차고 아이들에 화풀이 하듯 곤봉 같은 것으로 때리고, 머리가 길다고 큰 가위로 자르고 했어요. 저도 복도에서 머리가 싹뚝 잘린 경험이 있었어요. 비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시기죠. 그 시기를 지나와서 살아온 자체가, 우리가 대견해요. 그런 과거를 애도할 수 있는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고, 이 영화가 그런 시대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는 분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보라 감독은 폭력성을 그리는 것이 영화의 주제는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폭력과 억압이 있는 사회 속에서 영지 선생님과 은희의 맺는 본질적인 관계, 그리고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사랑받고 받아들이는 은희의 여정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위로를 건네고 싶어했다. 결국은 "사랑"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우리 사회에 폭력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모양은 다르지만, 여전히 한 인간이 자신다울 수 없게 하는 억압과 폭력이 존재한다는 것. 그래서 '벌새'가 오늘을 사는, 1994년을 살아보지 못한 이들에게도 위로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인지 모른다.

"비슷한 방식으로 재연되기도 하는 거 같아요.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나온 것도 그런 배경 속에서인 것 같아요. '벌새'에서처럼 '서울대 가자'라고 구호만 안 했지, 우스꽝스러운 일들이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죠. 가정내 폭력도 그래요. 그렇다고 물리적으로 아이를 때리는 것은 아니지만, 육체적 폭력이 없으면 폭력이 없는 것인가 하면 아닌 것 같아요. 양태는 바뀌었지만 본질적으로 존재하는 사회의 억압이 있어 요즘 사람들도 공감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벌새'에서 김새벽이 연기한 영지 선생님은 영화에서 주인공 은희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은희를 은희 자체로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그는 "누가 널 때리면, 어떻게든 맞서싸우라"고 말해준다. 누구나 자신을 알아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사람이다. 김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영지 선생님의 모델이 됐던 선생님이 있다고 말했다.

"어릴 때 영지 선생님과 은희처럼 친한 관계는 아니었지만 담담하고 시크한 느낌의 멋있는 선생님이 있었던 한문 학원에 다녔어요.(웃음) 그 선생님을 모델로 했죠. 그 선생님이 모델이지만 무수한 다른 얼굴을 가진 영지들, 멋진 여자들, 사람을 사랑한다고 했을 때 요란하게 호들갑 떨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은은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이상적인 사랑의 경험이 있었고, 거기서 가져왔어요. 제가 만난 많은 영지들은, 여자 뿐 아니라 남자도 있었고, 나이 든 사람과 어린 사람도 있었어요. 영지의 얼굴을 한 관계들이 삶에 있었고 그 관계들이 남겨준 무늬가 영지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됐어요."

영화계에서 김보라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로 가득 차있다. 일각에서는 그를 포스트 박찬욱 이창동 봉준호로 보기도 한다. 그만큼, 한국 영화의 미래를 책임질 주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화에 대한 기대가 너무 많아지면 안 되는데….(웃음) 다행히 기사가 나서 관객분들이 궁금해 하시기도 하는데 그래도 뭔가 좀 기대했다 실망하실까봐 걱정이에요. 한국 영화의 미래요? 감사하지만 제가 미래가 되기에는…대답하기 민망하네요.(웃음) 미래 보다는 다른 여성 감독님들과 함께 물결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은 있어요. 지금까지 너무 남자 감독님들 영화 밖에 없었는데 여자 감독님의 서사가 많이 주목받고 있거든요. 여성 감독들의 영화들이 잘 돼서 여성들도 영화인을 꿈꿀 수 있는 토양, 그런 새로운 물결을 만들고 싶어요."

영화제에서 평소 존경하던 린 램지 감독을 만나 격려를 받아 너무 행복했다는 김보라 감독은 영화에 대한 전세계의 뜨거운 반응을 아직은 실감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지금은 차기작을 생각하기에는 이르다고 전했다. 다만 7년간 '벌새'를 준비해오며 영혼을 쏟았듯, 또 다음 작품에서도 '장인 정신'을 갖고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장인 정신을 갖고 잘 만들고 싶어요. 만듦새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내용에 부합하는 기술적 완성도와 예술적 성취를 장인으로서 접근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웰메이트 영화에 대한 바람이요. '벌새'에서 느낀 아쉬운 부분들을 보완한 웰메이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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