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중소·대형 기획사 모두 동일한 페이스북 마케팅을 사용합니다. 왜 누구는 사재기로 의심받고 누구는 아무런 의심도 받지 않는 것입니까.”
음원 사재기인가, 마케팅 변화인가. 최근 가요계를 휩쓴 음원 사재기 논란을 두고 그룹 바이브, 가수 우디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 메이저나인이 7일 서울 학동로 메이저나인 사옥에서 기자들을 만나 “페이스북 마케팅을 통해 초기 트래픽을 늘린 것”이라며 사재기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회사의 재무제표와 광고 집행 내역 등의 자료까지 공개하며 “사재기를 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사장과 황정문 대표의 설명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음원 사재기 의혹을 부인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A. 이해타산이 맞지 않는다. 지난해 일간차트에서 한 달 가까이 1위한 가수 ㄱ씨의 노래의 당시 월간 음원 매출은 약 2억3000만원, ㄱ씨가 행사로 벌어들인 돈은 작년 한 해 4500만원이다. 작년 9월 차트 1위에 오랜 시간 머물렀던 가수 ㄴ씨의 노래, 2018년 겨울 1위한 가수 ㄷ씨의 노래의 월간 음원 매출 역시 2억원 안팎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통상 사재기 브로커들이 1위를 만드는 데 3억, 1주일간 10위 안에 들게 하는 데 2억5000만원을 요구한다는데, 음원 매출을 고려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Q. 음원 브로커들이 사후 수익 분배를 요구한다는 주장도 있다.
A. 마케팅 업체들이 기획사로부터 초기 비용 대신 음원 수익을 분배받는 사례가 와전된 것으로 본다. 실제로 바이럴 업체들이 기획사와 음원을 공동 제작해 음원 수익을 분배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음원사이트에서 매출이 발생한 뒤 기획사가 그 돈을 받기까지 통상 3~4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어떤 브로커가 1월에 쓴 돈을 5월에 받겠다고 하겠나.
Q. 소속 가수들의 차트 1위는 어떻게 가능했나.
A. 페이스북 페이지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초기 트래픽을 높였다. 이후의 선택은 대중이 한 것이다. 음원사이트 멜론을 보면 최신곡뿐 아니라 발라드, 오래된 팝송, 심지어 성인가요조차 20대 청취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는 18~24세가 가장 많이 보는 매체가 페이스북이라고 판단해 페이스북 마케팅을 실행했다. 실제로 페이스북 커뮤니티 이용자들 연령구성은 18~24세가 75%이고, 18세 이하를 포함하면 24세 이하가 90%일 것으로 추정한다.
Q. 우디의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은 다른 역주행 곡에 비해 차트 상승 속도가 빨랐다.
A. 기존 페이스북 마케팅은 음원 발매 이후에 이뤄졌다. 그런데 우디를 전후로 사전 마케팅이 시작됐다. 음원이 발매되기 전에 (콘텐츠를) 뿌린 것이다. 곡을 내자마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돼 처음부터 많은 이용자가 몰렸고, 그래서 파급력이 세진 것으로 판단한다. 오히려 ‘이 노래가 클럽에서 나온다면’의 차트 상승 속도가 너무 빨라 사재기 의심을 우려해 작년 1월26일 모든 마케팅을 일시 중단했을 정도다.
Q. 페이스북 마케팅을 ‘꼼수’라고 보는 사람도 많다.
A.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한 광고는 과거와 달리 모두 ‘스폰서드’(sponsored) 표시가 돼 있다. 또 인디·중소·대형기획사 모두 동일한 마케팅을 사용하는데, 왜 XX는 욕을 안 먹고 OO는 욕을 먹는 것인가. 이것이 불합리하다고 느꼈다.
Q. 사재기 의혹이 퍼진 것은 대중이 1위곡의 인기에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일간차트에서 1위할 정도로 많은 이용자들이 노래를 들었다면, 사재기 의혹을 불신시킬 수 있는 옹호 여론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A. 1위곡을 듣는 이용자가 음원사이트 전체 이용자를 대변하지 못한다. 또 페이스북 페이지의 댓글을 보면 기사나 음원사이트 댓글과는 내용이 완전히 다르다. 페이스북 댓글에는 ‘노래가 좋다’는 반응뿐이다.
Q. ‘50대 차트 1위’는 어떻게 가능했나.
A. 멜론의 연령별 인기차트는 이용자 수나 스트리밍 수로 순위를 매기지 않는다. 집계 기준은 멜론만 알고 있다. 사재기 의혹이 불거진 노래 외에도, 실시간 차트에서 1위인 노래가 대부분 50대 차트에서도 1위를 하고 있다.
Q. 밤 시간대 순위 급증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A. 페이스북 이용 시간이 밤 시간대가 가장 많다. 오히려 사재기 효율을 높이려면 이용자 수가 가장 적은 낮 12시를 노리는 게 낫지 않겠나.
Q. 사재기 의혹을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에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A. 오늘(7일) 언론중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진정서를 넣을 생각이다. 고소는 조금 더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
Q. 바이브 등 소속 가수를 거론하며 사재기 의혹을 제기한 박경에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A. 경찰과 검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사재기를 하지 않았다는 걸 수사기관이 밝혀줄 것으로 희망한다. 아울러 각종 단체와 기과에도 조사를 요청했는데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불법행위에 관한 사실이 없어서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직원 중 한 명이 불법행위에 관한 물적 증거를 갖고 고발하면 조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재기를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물적 증거가 존재하겠나. 또 방심위는 ‘피해를 입힌 기사와 게시물을 첨부해 조사를 신청하라’고 했다. 그런데 구글에서 ‘바이브 사재기’를 검색하면 52만건 이상의 게시물이 나온다. 어떻게 신고하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