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맨날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하네." 윤세리(손예진 분)와 리정혁(현빈 분)이가 또 한 번 이별을 준비 중이다. 남한과 북한이 멀고도 가까운 나라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그 거리감이 유독 이 두 사람 앞에서 배가되는 듯하다. 북에서 남으로 넘어오면서 한 걸음을 사이에 두고 이별했던 윤세리와 리정혁은 남에서도 눈 앞에 다가온 헤어짐과 마주해야 했다. 2월2일 방송된 tvN 토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극본 박지은/ 연출 이정효) 12회에서 리정혁과 중대원 5인방이 준비한 깜짝 생일 파티가 시청자까지 울렸다. 외출 후 돌아온 윤세리는 집에 불이 꺼져있는 걸 보고 리정혁이 떠났다고 생각했고 거실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헤어짐을 틈틈이 준비해야 하는 윤세리와 리정혁의 안타까운 상황이 안방극장까지 고스란히 전달됐다. "언제 갑자기 사라져도 놀라지 않을게. 섭섭해하거나 기다리지도 않을게"라며 이별에 담담한 척 했던 윤세리는 끝내 무너졌다. 그 모습을 미리 본 리정혁은 이제 안전하게 북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떠오르는 윤세리 모습에 행복해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 역시 마찬가지다. 리정혁이 안전하게 북으로 넘어간다고 해도 떨어져 있어야 하는 두 사람 이별은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다. 그렇다고 리정혁이 남한에 남아 윤세리와 백년해로하는 것 역시 '해피엔딩'이라 부를 순 없다. 박지은 작가가 리정혁의 가족들을 따뜻하게 그려낸 탓(?)이다. 극중 리정혁 부모 리충렬(전국환 분)과 김윤희(정애리 분)은 북에서 큰 아들 리무혁(하석진 분)이 죽고 하나 남은 둘째 아들의 목숨과 집안에까지 위협이 되는 윤세리에게 배려를 베풀었다. 리정혁 가족들이 악역이었다면 그가 남한에 남는 게 쉬웠을테지만 그 역시 어려워졌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아무리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미된 비현실적인 요소가 다분한 드라마라곤 하지만 당장 하루아침에 통일이 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반면 이날 방송에서 리정혁은 윤세리와 술을 마시며 "보고 싶소. 당신 흰머리 나는 거 주름도 생기고 늙어가는 거. 그때도 예쁘갔지"라고 훗날을 그려 엔딩에 대한 힌트를 제공했다. 박지은 작가 전작인 2013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는 외계인인 도민준(김수현 분)이 본인이 살던 별로 돌아가며 이별을 맞은 후 기다림 끝에 천송이(전지현 분)과 재회하며 결말을 맺었다. 2016년 방송된 SBS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 역시 결말은 인어인 시청(전지현 분)이 바다로 돌아가며 이별한 뒤 다시 허준재(이민호 분)와 재회하는 구조였다. 박지은 작가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리정혁과 윤세리의 '이별'을 그리고 '몇 년 후'라는 자막과 함께 통일돼 '재회'를 맞는 두 사람의 해피엔딩을 만들어주진 않을지 궁금하다. 한편 tvN 토일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4회분 방영만을 남겨둬 엔딩에 대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