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박은해 기자]
한국어 대사가 아니었다면 중국 드라마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광경이다. tvN 수목드라마 '여신강림'(연출 김상협/극본 이시은)이 중국 기업 PPL(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해당 기업 상품이나 브랜드 로고 등을 노출하는 광고기법)을 과도하게 삽입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1월 6일 방송된 '여신강림' 7회에서는 중국 기업이 생산하는 인스턴트 훠궈를 먹는 여주인공 임주경(문가영 분)과 중국 유통 기업 광고판 앞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수호(차은우 분), 임주경 모습이 그려졌다. 임주경은 강수진(박유나 분)과 중국어 광고 포스터가 부착된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훠궈를 먹으며 그 맛에 감탄했다. 이수호와 임주경이 앉아 있던 버스 정류장에도 중국 기업의 광고가 크게 걸려 있었다.
해당 장면이 방송된 후 시청자들은 "이게 중국 드라마인지, 한국 드라마인지 모르겠다", "거부감 드는 PPL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한편으로는 "상응하는 대가만 지불하면 넣을 수 있는 PPL인데 중국 기업이라고 해서 못할 게 뭐냐",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옹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시청자들이 중국 기업의 한국 드라마 PPL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그간 중국이 동북공정, 항미원조 등 꾸준히 역사 왜곡을 해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국 게임사가 제작한 게임 '샤이닝니키'가 한복은 중국 전통문화라는 중국 유저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내에서 게임 서비스를 종료하며 사회적 공분을 사는 일도 있었다.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에 꾸준히 위협을 가해온 이들에게 대중이 반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방송국이나 제작사가 중국 자본에 잠식돼 그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실제로 대만 영화계는 막대한 중국 자본이 유입되며 대만 영화만의 특색을 잃었다고 평가받는다. 우리나라 역시 대표적인 영화 제작사가 중국 자본에 팔려 가고, 중국 자본 없이는 영화를 제작하기 어려워진 대만과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중국 자본 PPL은 단순히 보는 불편함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한국 지사 그룹 에버글로우는 국군 위문 공연을 이유로 중국 문화부 당국의 처벌을 받았고, 이효리는 방송에서 '마오'라는 활동명을 언급한 일로 중국 누리꾼들에게 비난받았다. 제작사도 마찬가지로 중국 자본이 유입된 이상 그들의 간섭 아래 놓일 수 밖에 없다.
(사진=tvN '여신강림' 방송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