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3가지 품목의 공급을 실제 중단시킨다면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분업 체제는 붕괴하고 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그런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 규제에 나선 일본 정부가 실제로 수출을 중단하진 않을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일본 원로 반도체 전문가 하마다 시케타카 박사(94)의 분석이다. 그는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과 인연이 깊다.
8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하마다 박사는 지난 2일 일본 도쿄에서 청와대·민주당 관계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도 일본이 그런(실제 공급 중단 등) 조치를 취하게 몰아세우지 않도록 냉정한 대응을 요청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마다 박사는 NTT 도코모 전무로 있던 1980년대 후반 고 이병철 삼성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기술이전과 관련해 큰 역할을 맡았다. 이 회장은 자서전에서 '삼성 반도체의 은인'으로 하마다 박사를 여러 번 언급했다. 형 동생 지간이었다고 한다. 이날 대화 자리에는 김영춘 민주당 의원과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이광재 여시재 원장, 양향자 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원희룡 제주지사,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하마다 박사에게 일본 수출규제 대응책을 물었다. 하마다 박사는 △제3국에 전략물자 조사위원회 위탁 △수입 전략 물자 사용 리스트 작성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할때 수입 절차 공개 등 방안을 제시했다. 제3국 조사위 위탁 방안은 일본이 안보 문제로 소재 수출을 제한한다고 밝힌 데 따른 대응책이다. 전략 물자가 어디에 쓰였는지 조사할 조사위원회 구성을 제3국에 맡기자는 것. 제3국으로는 노르웨이가 거론됐다. 전략물자 사용처 리스트 작성은 일본 주장이 억지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장치다. 일본은 한국으로 수출한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소재가 최종적으로 어디에서 쓰일지 모른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사용처를 문서화하면 일본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규제 품목 3종에 대해 수입 신청을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실질적인 수출 규제인지를 국제 사회와 공유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간 일본의 주장은 수출 우대 절차가 없어질 뿐 정식 절차로는 수입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마다 박사의 설명을 들은 한국 측 인사들 대부분이 공감했다. 이날 나온 아이디어는 한병도 수석을 통해 청와대에도 보고됐다. 회의에 참석했던 여권 관계자는 "2시간 가량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며 "한일 양국에서 인정받는 인물이 제시한 대안이라 참고할 만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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