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의 영화는 항상 불편했다. 주인공들이 사랑한다고 말할때도, 섹스할 때도, 싸울 때도, 홍상수는 항상 뒤에서 쓴웃음을 지으며, 그 사람들이 행동한 것 이면에 있는 가식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리고 홍상수 감독 영화의 특징은 한 장면이 있을 때, 각기 다른 시선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바라보는 관점들이 얼마나 주관적인 것인지, 그 안에서 왜 정답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없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홍상수의 영화 중에서도, 가장 불편하지 않고, 가장 재미있었고, 사랑스러운 영화였다. 심지어 그동안 영화 곳곳에서 보여주었던 홍상수 감독의 쓴웃음도 이 영화에서는 '인생이란 그런 것이지'에 가까운 해탈에 가까운 웃음으로 바뀐 듯한 느낌을 준다.
여전히 주인공들은 가식적이고, 거짓말을 잘 하고, 실수를 한다. 하지만 이 인간들도 그 반면에 사랑을 하고, 안타까워하고, 감동을 한다. 네 가지의 시선 중 '폭설 후'에서 세사람이 선문답을 계속해서 빠르게 건네는 내용들이 인상깊었다.
이 답변들은 아마도 감독이 그동안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을 정리해서 보여주었던 것 같다. 빠르게 지나간 내용이었지만, 감독이 자신이 고민한 이야기들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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