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회사원 A씨는 지난 주말 여자친구와 함께 서울 시내 한 특급호텔을 찾았다. 호텔 빙수를 먹고 소셜미디어(SNS)에 올릴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서다. A씨는 금가루가 뿌려진 빙수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어 5만원이 넘는 빙수 가격에 또 한번 놀랐다. 여자친구와 좋은 추억을 만들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올 여름 고급호텔 빙수가 특수를 누렸다. 특히 복날에 더 잘 팔렸다. 작년보다 일찍 시작된 무더위 영향으로 빙수 소비가 빨리 시작됐고, 최근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 확산과 함께 가치 있는 상품에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가심비' 소비 트렌드가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 서울 콘래드 호텔 '망고 빙수'. /콘래드 호텔 제공 |
14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올해 특급호텔에서 판매한 빙수 판매량은 작년보다 크게 늘었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빙수 판매량(5월1일~8월12일)은 작년 같은기간보다 두배 증가했다.
같은기간 신세계 웨스틴조선호텔의 빙수 판매량도 작년보다 2배 증가했다. 서울 신라호텔의 빙수 판매량(5월24일~8월12일)은 전년 대비 30% 늘었고 서울 콘래드 호텔도 지난 7월 한달간 빙수 판매량이 작년보다 30% 증가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은 올해 역대 최대 빙수 판매치를 기록했다. 지난 5~7월까지 석달간 빙수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작년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다. 2013년 호텔에서 빙수 판매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 판매량이다. 서울 워커힐 호텔의 빙수 판매량(6월1일~8월12일)은 작년 대비 50%, 같은 기간 쉐라톤 팔래스 강남 호텔의 빙수 판매량은 30% 늘었다.
특히 올여름에는 복날에 특급호텔 빙수를 찾는 고객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워커힐· 콘래드 등 주요 호텔들의 말복(8월11일) 빙수 판매량은 올여름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신라호텔도 지난 말복 기간 빙수 판매량이 올해 세번째로 많았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요즘 복날에 연인이나 젊은 여성들이 방문해 빙수를 나눠먹고 인증 사진을 찍는게 유행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고급호텔 빙수는 가격이 4만~5만원대로 비싼 편이다. 그러나 스몰 럭셔리(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 트렌드 확산으로 젊은층 사이에서 호텔빙수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쑥빙수, 볼케이노 빙수, 메론빙수, 망고빙수 등 종류도 다양하다. 예년보다 보름 정도 일찍 시작된 무더위에 호캉스가 인기를 끈 것도 배경이다.
| 서울 롯데호텔 모스키노 메론 빙수. /롯데호텔 제공 |
한진수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호텔 빙수를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고객이 호텔을 찾게 만드는 일종의 미끼 상품"이라며 "호텔 빙수가 잘 팔렸다는 것은 올여름 특급호텔에 호캉스를 하러 방문한 사람들이 증가했다는 지표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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