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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맞혀 봐" 놀림당하고.. "색깔 틀려서" 취업 힘들고
부서빠 | 2019.09.24 | 조회 353 | 추천 0 댓글 0

[우리 시대의 마이너리티 <38> 색각이상자]

※ 대부분의 사람은 적어도 한두 가지 측면에서는 소수자입니다. 자신의 불편은 크게 느끼면서도 다른 사람의 소수자성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냉소적인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한국일보>는 격주 화요일 한국 사회에서 유독 힘들게 살아가는 소수자들의 모습을 들여다 봅니다.

서울 영등포 김안과병원에서 색각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책자를 활용해 검진 중이다. 오대근 기자

“모니터에 구현된 색깔을 검증할 때 육안으로 보는 게 아닌데도 색각이상이란 이유로 업무에 부적합한 게 아니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서울 소재 한 정보기술(IT) 기업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인 박정규(38)씨는 소프트웨어를 감리하는 일을 한다. 얼마전 사용자가 시스템제어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기 편리하게 화면 구성이 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업무를 맡았는데 그는 색각이상이란 이유로 일을 하지 못할 뻔했다. 가령 긴급상황에 사용자가 화면에서 재빨리 대응 버튼을 찾아 누를 수 있도록 해당 버튼이 눈에 잘 띄는 빨간색으로 디자인됐는지를 검증해야 하는데 색각이상이면 색을 제대로 보지 못하니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박씨는 “사실 소프트웨어 설계 검증은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화면에 어떤 빛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내보낼 것인지를 정하는 RGB(빨강ㆍ초록ㆍ파랑)값이 해당 소프트웨어에 정확히 설정돼 있는가를 계산하면 되는 일이었다. 결국 병원에서 소견서를 받는 등 색각이상이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 업무를 했지만 박씨에게는 씁쓸한 경험이다. 그는 “색각이상이라고 하면 색이 안보이냐, 흑백으로만 보이냐 등을 묻는데 사실 일상생활에서는 크게 다른 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색각이상에 대해 잘 모른다는 얘기다.

[저작권 한국일보]색각이상 인구현황/김경진기자

◇어린 시절 놀림감에 위축되는 마음, 장래희망 결정할 때도 고민 커

색각이상은 특정 색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거나 다른 색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과거 색맹, 색약, 색신 등으로 부르던 것을 모두 포함하는 용어다. 이는 선천적 혹은 후천적으로 망막 안 시세포 중 하나인 원뿔세포에 이상이 있으면 나타나는 증상이다. 예를 들면 세 가지 원뿔세포(적색, 녹색, 청색) 중 녹색 세포가 없으면 흔히 말하는 녹색맹이고, 세포의 기능 이상이 있으면 녹색약이다. 기능 이상 정도에 따라 녹색빛에 대한 민감도가 다르고, 다른 색과 같이 있는 녹색을 구분해내는 능력도 달라진다.

선천적 색각이상은 전체 남자인구 약 5~8%에서 나타난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남자의 5.9%, 여자는 0.5%가 색각이상으로 집계됐다. 18세 이상 성인 인구 수로 계산해보면 약 165만명(남성 152만6,231명ㆍ여성 12만9,860명)에 이르는 숫자다.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이유는 색각유전자가 X염색체에 있기 때문이다. 남성(XY)의 경우 부모 중 한쪽에서 이상이 있는 색각유전자를 받으면 색각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여성(XX)은 양쪽 모두 색각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받는 경우에만 색각이상자가 된다.

김대희 김안과병원 안과전문의는 “색각이상은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질환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색을 보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모든 사람이 냄새도 다르게 느끼는 것처럼 박씨와 같이 대부분의 색각이상자들은 빛을 느끼는 감각이 나머지 92~95% 사람들과는 다른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흑백으로만 보일 정도로 심한 경우(전색맹)도 있지만 극히 드물고(약 0.005%) 이런 경우는 시력도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다수가 색각이상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다 보니 무심코 던진 말들은 색각이상자들에게는 상처가 된다. 특히 어린 시절에는 ‘눈X신’이란 놀림을 받거나 이 물건 저 물건을 들이밀며 색을 맞춰보라는 질문을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학생인 이우진(20)씨는 “옷 가게에서 옷을 볼 때나 지나가는 차를 볼 때, 남들과 다르게 색을 말하면 놀림을 받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굳이 주변에 알리고 싶지 않아 가능하면 자신의 색각이상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이씨는 “입영 신체검사를 받을 때 보니 색약은 공군은 지원하지 못했고, 해군은 지원 가능했지만 특정 병과는 갈 수 없게 돼있었다”며 “육군은 지원할 수 있는데 특정 군에는 지원 자격조차 없다는 게 억울했다”고 말했다.

색각이상자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등학생, 중학생 아들의 색각이상을 발견한 후 걱정이 많아진 엄마들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 ‘미술 학원을 보내도 될까’ ‘공학 계통 등의 직업을 꿈꾸다가 접은 자녀를 보면 안타깝다’ 등 진로 선택에 제약을 느끼고 속상해 하는 내용들이 많다. 대학입학 조건으로 색각이상 여부를 따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사회적 편견을 경험하다 보면 스스로 진로에 한계를 짓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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