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와 아파트 규제 풍선 효과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 상품인 상가 시장이 갈수록 침체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 확대를 비롯해 전반적인 국내 체감경기 하락에 직격탄을 맞고 공실률이 늘어나자 거래량도 '뚝' 떨어진 것이다.
3일 한국감정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자영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전국 소규모 상가 거래량과 임대 가격은 나란히 하락한 반면 공실률은 치솟았다. 그야말로 '트리플 악재'다.
지난 7월 18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상업용 부동산 투자 메리트가 커지고, 정부가 계속 주택 부문에 규제를 가해 조이면서 풍선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지표나 현상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전체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을 보면 6월에서 7월로 넘어가는 동안 금리 인하 효과로 '깜짝 상승'해 25.4%나 늘어났다. 그러나 8월 거래량은 다시 2만4651건으로 떨어지며 주저앉았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3.9% 감소한 숫자다. 서울은 7월 5295건에서 8월 4347건으로 거래량이 급감하며 21.8%의 감소율을 보였다. 상가 공실률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던 세종의 상업·업무용 부동산 거래량은 전년 동월 대비 20.2%, 전월과 비교해선 40%나 감소했다.
경제성장률이 계속 내려가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비용 증가 요인이 많아진 상황에서 사람들이 더 지갑을 열지 않으면서 자영업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은 특히 소규모 상가 관련 지표에서 나타난다. 소규모 상가는 자영업자들이 주로 임차해 쓰기 때문에 관련 통계는 서민경제지표로 유용하게 쓰인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하는 소규모 상가 임대가격지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18년부터 집계한 이 통계를 보면 작년 1분기 100.5였던 지수가 올해 2분기에는 99.6까지 떨어져 0.9포인트나 감소했다. 임대료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면 상가 투자자들은 매입을 꺼릴 수밖에 없다.
서울은 강남과 홍대 등 핵심 상권의 임대가격지수가 '정중동'의 상태를 보였지만, 종로와 명동 등 소규모 상가는 임대가격지수마저 낮아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줬다. 임차인 입장에서 임대료가 낮아지는 것은 좋은 신호라고 볼 수도 있지만 통상 임대료는 내려가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장사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도 있다.
공실률도 소규모 상가에서는 좋지 않다. 전국적으론 지난 1분기보다 2분기 공실률이 0.2%포인트 늘어나 5.5%까지 상승했다.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 1분기에는 전국 공실률이 3.9%였는데 이것이 2018년 4.7%, 2019년에는 5.5%까지 상승한 것이다. 오피스는 공실률이 안정을 찾고 있지만 소규모 상가는 여전히 비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
동대문은 1분기 0.0%이던 공실률이 2분기 3.5%까지 치솟았고, 가로수길이 있는 신사동 상권은 공실률이 18.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 심각함을 보여줬다. 그간 '핫플레이스'로 이름을 날렸던 마포구 망원동의 '망리단길'은 최근 들어 장사가 잘되지 않아 비어 있는 곳이 많아졌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상권으로 꼽히는 홍대·합정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이 1분기 4.3%에서 2분기 1.4%로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었지만 이렇게 공실률이 줄어든 곳은 서울에서 홍대·합정뿐이다.
송 의원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경제 실험으로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1분기 대비 2분기 순영업소득도 내려갔다. 전국 소규모 상가의 1㎡당 순영업소득은 1분기 4만2300원이었는데, 2분기 4만2200원으로 소폭 줄어들었다. |